▶ 한국 2030 절반이 ‘무민 세대’
▶ 웰빙지수, 전세계 23개국 중 꼴찌

정신적으로 고단한 한국의 20, 30대는 슬라임을 주물럭거리며 스트레스를 푼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한국의 20, 30대는 슬라임을 주물럭거리며 마음의 안정을 느낀다.
슬라임과 ASMR(자율감각 쾌락반응)을 찾는 이들은 하나같이 그 이유로 스트레스가 해소된다고 입을 모았다. 어릴 적 하던 찰흙 놀이와 다를 바 없는 손장난과 아무 의미 없는 소리를 듣는 게 위로가 될 정도로 팍팍한 삶에 지쳐있다는 말이다.
지난달 16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한 카페 문이 쉴새 없이 여닫힌다. 엄마 아빠 손을 꼭 잡은 아이들의 행렬이 끝없이 이어지더니 20, 30대로 보이는 커플들도 연이어 입장한다. 카운터에서 국그릇만 한 볼과 숟가락을 받아 들고 자리를 잡더니 액체 이것저것을 붓고 휘젓기 시작한다. 30분을 훌쩍 넘기는 반복 작업은 노동에 가까워 보이는데도 아이며 어른이며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이곳은 몇 년 전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폭풍적 인기를 끌었던 ‘액체 괴물’의 최신판 ‘슬라임’(slimeㆍ끈적하고 말랑한 점액질 형태의 장난감)을 만드는 카페다.
서교동 일대에는 이 카페를 중심으로 반경 1㎞ 안에 슬라임 카페가 3곳이나 더 있다. 2015년 유튜브 인기 어린이 채널에서 처음 소개될 때까지만 해도 아이들 장난감 정도로 취급됐는데, 지난해 가수 아이유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슬라임을 가지고 노는 영상을 올리면서 어른들 사이에서도 입소문을 탔다. 300만건에 육박하는 조회 수를 기록한 이 영상들에 사람들은 “소리가 너무 좋다“ “힐링 된다” 등의 댓글을 달며 호응했다.
직접 나만의 슬라임을 만들고 싶어 하는 사람들까지 늘어나면서 슬라임 카페는 이용 시간을 1시간으로 제한하는 곳이 있을 정도로 연일 북적거린다. 서교동 슬라임 카페 직원은 “방학 주말에는 대기시간이 3시간 걸리기도 한다”며 “주로 오전에는 부모와 함께 온 아이들이, 오후에는 20, 30대 젊은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했다.
올 7월 글로벌 헬스서비스 기업 시그나그룹은 한국인의 삶 만족도가 갈수록 떨어지고 스트레스는 주요국 최고 수준이라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
미국, 영국, 프랑스, 인도 등 23개국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서 한국 웰빙지수는 51.7점으로 지난해(53.9점) 보다 하락했다. 23개국 중 23위다.
웰빙지수는 신체건강, 사회관계, 가족관계, 재정상황, 직장 등 5개 부문 만족도를 토대로 산출됐는데, 사람과 부대끼며 일궈가는 사회관계(51.7점) 세부 항목들이 지난해보다 하락 폭이 컸다. 친구와 보내는 시간(21점→16점)도, 취미활동에 대한 만족도(25점→16점)도 줄었다. 늘어난 건 게임에 보내는 시간(17점→20점)이었다.
연령별 웰빙지수 조사에서 35~49세(50.3점)가 가장 낮게 나타났을 뿐 아니라, 20~24세 대학생들의 스트레스 인지율(57.7%ㆍ2017년 4월 통계청 기준)이 13~19세(50.5%)보다 높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
맹하경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