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니 내 책상에 분홍색 포스트잇이 하나 붙어있다. 큰애가 남긴 쪽지다.
딸이랑 내가 쪽지를 주고받은 것은 오래됐다. 딸이 한글을 떼기 시작한 뒤로 쪽지를 주거니 받거니 한다. 처음에는 삐뚤빼뚤 몇 글자로 쓰던 것이 지금은 깨알같이 작은 글씨로 편지 수준의 쪽지가 되었다. 말이 적을 땐 한 장, 때로는 색색의 포스트잇이 연결된 쪽지 기차다. 어느 날은 바빠서 답장을 못쓰면 “엄마 내 쪽지 못 봤어?” 하는 말로 기다림을 알린다.
사실 이 쪽지의 역사는 핑크빛과는 거리가 먼 반성문으로 시작된 것이다. ‘엄마 미안해요’로 시작된 반성문 쪽지가 더해지다 보니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으면서도 서로의 마음의 거리를 좁혀주는 메신저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가끔 딸에게 바라는 것을 써서 필요한 곳에 부쳐놓는다. 같은 내용이라도 쪽지는 듣기 싫은 잔소리를 기분 나쁘지 않게 전달하는 장점이 있다. 책을 읽다가 좋은 글귀를 찾으면 쪽지에 써서 그 감동을 전하기도 한다.
나도 사춘기 때 엄마랑 편지로 소통을 했다. 한참 예민하던 시기라 내 마음처럼 말이 나오지 않는 시기였다. 그런 때는 상처 주는 말보다 편지를 사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나와 남편을 이어준 것도 편지였다. 미국과 한국이라는 만 킬로미터의 거리를 좁혀주는데 인터넷 메일만큼 빠른 속도는 없었다. 최선의 방법이라고 선택했던 편지가 결국 마음의 거리를 가장 가깝게 해주는 사랑의 메신저가 되었다.
요즘같이 펜글씨 안 쓰는 때에 편지를 쓴다는 것은 엄청난 에너지와 시간이 소비되는 노동이다. 그러나 그것은 휴대전화로 전하는 간단한 메시지와는 비교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런 이유에서 나는 아직도 편지쓰기를 고집한다. 세월이 흘러도 아이들의 마음속에 남을 편지를 오늘도 나는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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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혜 / 한국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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