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수감사절 다음날인 블랙 프라이데이를 기다리는 사람이 많다. 거의 전 소매업체가 50~70%까지 세일 하니만큼 평소 찜해두었던 물건을 사기 위해 아침잠을 설쳐가며 매장으로 달려가려는 것이다. 수백수천명이 하루 전부터 전자업소 앞에 텐트를 치고 기다리던 풍경은 이제 아득한 옛 시절의 추억이 돼버렸지만, 그래도 아직 블랙 프라이데이는 오프라인 상점들이 연중 가장 큰 대목을 기대하는 날이다.
이번 검은 금요일에 북새통을 치르지 않고 깨끗하고, 한산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쇼핑하고 싶은 사람은 라시에네가와 3가에 위치한 베벌리 센터(Beverly Center)에 가보는 것도 좋겠다. 수년간 계속됐던 리모델링 공사를 최근 마치고 산뜻하게 변신한 모습으로 손님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 단장했으니 깨끗하고, 너무 오래 공사하느라 손님이 다 떨어져나가 한산하고, 첨단 디자인의 인테리어를 즐기며 쇼핑할 수 있으니 쾌적할 것이다. 게다가 이날 하루 파킹이 공짜라니 밑져도 본전 아닌가.
1982년 웨스트 LA에 오픈한 베벌리 센터는 도심 쇼핑몰의 성공사례로 한때 전성기를 구가했던 곳이다. 글렌데일 갤러리아와 함께 1980년대와 90년대 한인들도 애용했던 곳으로, 글렌데일 갤러리아가 가족 단위로 많이 찾던 곳이었다면 베벌리 센터는 젊은이들의 쇼핑몰로 각광받았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할러데이 시즌에는 주차 자리 찾는 데만 몇십분씩 헤매는 등 선물쇼핑이 고행길이었던 이곳은 그러나 세상이 달라지면서 고객의 발걸음이 현저히 줄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실내에서 쇼핑만 하기보다는 식사도 하고 볼거리와 놀거리도 있는 아웃도어 쇼핑몰로 차츰 옮겨갔다. 그로브가 베벌리 센터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로 등장한 것이다.
그보다 더 큰 타격은 갈수록 심화되는 온라인 쇼핑, 디지털 트렌드로, 베벌리 센터뿐만 아니라 전국의 쇼핑몰이 다 겪고 있는 위기다. 쇼핑몰의 앵커들인 메이시즈와 J.C.페니 백화점은 앞으로 수백 곳을 폐쇄할 예정이고, 업계에서는 5년 내 미전국의 쇼핑몰 20~25%가 문을 닫게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쇼핑몰 소유주들은 건물 개조를 통한 회생에 도박을 걸고 있다. ‘웨스트필드 센추리시티’ 쇼핑몰은 지난해 10억달러를 들여 완전 새롭게 개조했다. 그로브처럼 캘리포니아의 태양을 즐기면서 식사도 하고 나들이하기 좋은 곳으로 변모시킨 것이다. 또 다른 실내 쇼핑몰인 ‘웨스트사이드 파빌리온’은 현재 대대적인 리모델링 공사중이다. 노스트롬 백화점이 빠져나간 이곳은 상당부분이 오피스공간으로 바뀐다고 한다.
베벌리 센터 역시 5억달러를 들여 거대한 건물 내외부를 모두 페이스리프팅 하는 대수술을 집도했다. 실내 공간을 과감하게 오픈, 천정을 스카이라잇으로 교체하여 자연광이 들어오도록 했고, 각층의 통로 바닥을 뚫어 열린 공간을 조성함으로써 태양빛이 아래층까지 닿는 한편 사람들은 걸어 다니면서 아래층을 내려다보거나 윗층을 올려다볼 수 있게 했다.
베벌리 센터가 특별히 다른 쇼핑몰과 차별화하는 부분은 명품과 음식이다. 베벌리힐스의 로데오 드라이브에 맞먹는 럭서리 윙에는 티파니, 베르사체, 발렌시아가, 구치, 루이뷔통, 버버리 등 유명 브랜드가 집결해있고, 미셸린 3스타 셰프인 조슈아 스케네스가 이곳에 식당을 오픈할 예정이다.
이런 투자와 변신이 사람들의 발길을 다시 끌어모을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세상이 하도 빠르게 변하니 전망과 예측 자체가 점점 어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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