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한인타운 내 공립학교에 그려진 욱일기를 연상시키는 벽화를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RFK 커뮤니티 스쿨의 체육관 외벽에 그려진 문제의 그림은 벽화작가 보 스탠튼이 2016년 완성한 작품으로, 학교 부지의 ‘유명한 역사’에 오마주하는 이미지를 담고 있다. 학교가 로버트 F. 케네디가 암살당한 앰배서더 호텔 자리에 세워졌고, 이곳에 할리웃 스타들이 자주 드나들던 유서깊은 나이트클럽 ‘코코넛 그로브’가 있었기 때문에 여배우 에바 가드너의 얼굴과 팜트리 주변으로 햇살이 퍼져나가는 배경의 벽화를 그린 것이다.
이달초 한인커뮤니티 단체들이 방사형의 햇살 문양은 일본제국주의와 전쟁범죄의 상징인 욱일기를 연상시킨다는 점을 지적하고 이를 제거해줄 것을 요청했을 때 벽화작가와 LA통합교육구(LAUSB) 관계자들은 한인들에게 상처준 것을 사과하면서 벽화 제거에 합의했다.
그러나 지난 주말 사이 이 결정에 반대하는 의견이 주류 각계에서 터져 나오면서 LAUSB는 17일 벽화 제거 입장을 철회했다. 이 학교에 로버트 케네디의 얼굴을 그린 유명 벽화작가 셰퍼드 페어리가 스탠튼의 벽화를 지우면 자신의 벽화도 지우겠다고 나섰고, 케네디의 두 아들은 학교 이사회에 보낸 서한에서 ‘정치적 의도로 예술을 파괴하는 행위’에 대해 격한 반대의견을 개진했다. 이외에도 학교 교사와 학생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고 LA 타임스 등 주류언론들도 한인 커뮤니티의 요구를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도하고 있다.
벽화 제거에 반대하는 측은 예술과 표현의 자유는 존중되어야 한다는 점과 방사형 햇살 문양은 오래전부터 그리스도의 후광 등에 사용되어온 좋은 이미지라는 사실을 지적한다. 예상외로 커진 이번 문제에 한인사회는 현명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 자칫 코리안이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지 않고 민족 정서만을 내세우는 편협하고 이기적인 민족으로 비칠 우려가 있다. 벽화를 지우고 안 지우고를 떠나서, 2차대전 당시 일본이 자행한 잔혹한 학살과 수탈의 역사, 햇살 문양의 욱일기 아래 짓밟힌 한국과 중국 등 동아시아 국민들의 고통과 트라우마를 주류사회에 분명하게 이해시킬 필요가 있다.
유대인이 받을 상처를 고려해 나치의 스바스티카 문양을 예술작품에 사용하지 않는 것처럼, 예술과 표현의 자유의 범주에 대해서도 분명한 논의가 이루어져야할 것이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총 1건의 의견이 있습니다.
남북 통일을 서둘러라, 남북이 통일되어 일본 보다 더 잘 산다면 한인들이 안 나서도 전 세계인들은 알아서 많은 일들을 처리해 줄텐데? 어떤 이유 에서인지 정일이가 미워서 무서워서 겁나서 쇠뇌 될까봐... 통일을 안 한다니 참 안타까운 생각 이며 다음세대에 부끄럽고 할말 없는 어리석은 생각이 안닐수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