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행성을 관찰하는 한 현자는
일년에 하루 ‘세계 통곡의 날’을 제안하였다.
너무 아무렇지 않은 크리스마스
지붕의 산타 할아버지 풍선이 바다로 가고
징글벨과 ‘기쁘다 구주 오심’을 위하여 소나무들이 잘리고
포장재와 선물들이 하늘로 올라가
엄마 젖 빠는 아기의 몸속으로 들어가도
아무리 외쳐도 성장의 엔진을 멈출 수가 없다
하늘이 아무리 분노해도
무한 소비의 공장의 불을 끌 수가 없다
너무 아무렇지 않은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 나무 꼭대기의 별은 여전히 빛나고
사람들은 여전히 기쁘게 ‘메리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를 통곡의 날로 정하자
하루만이라도 공장은 컨베이어벨트를 멈추고
하루만이라도 세상은 불을 끄고
캄캄한 어둠속에서
하루만이라도
사라진 새들, 박각시, 주락시들 *
멸종되는 사자, 곰, 코끼리, 호랑이
죽어가는 벌, 나비, 벌레들의 신음소리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기들의 불안한 숨소리를 들어 보자
그리고 무릎 꿇고
통곡하자
축복이 무엇인지
죄가 무엇인지
하느님께 물어보자
*박각시 주락시: 주로 박꽃의 꿀을 빠는 나방으로 시인 백석의 시
‘박각시 오는 저녁’에서 묘사되었음
<김은영 기후변화 전문가 워싱턴 DC>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