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골프여제 박인비‘2019 출사표’, 올림픽 후 지치고 동기부여 안돼
▶ “앞만 보고 달렸는데···”은퇴 고민, 초조함 버리고 가족·친구와 시간

박인비(31·KB금융그룹)가 지난해 5월 17일 인천에서 열린 한국여자오픈 골프선수권 대회 최종 라운드를 마친 뒤 스윙 코치인 남편 남기협(38)씨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 <브라보앤뉴 제공>
“수많은 고민 끝에 아직은 골프와의 이별이 준비되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어요.”
올해로 프로 데뷔 14년차인 골프 여제 박인비(31ㆍKB금융그룹)는 20일 이메일 인터뷰에서 지난 시즌을 ‘내가 정말 골프 없이 살 수 있을까’를 시험했던 시간이라고 털어놨다. 2008년 깜짝 US 오픈 우승으로 일약 스타덤에 올라 ‘한국인 최초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올해의 선수상 수상’ ‘리우 올림픽 금메달로 세계 최초 골든 커리어 그랜드 슬램 달성’ ‘최연소 LPGA 명예의 전당 가입(27세 10개월 28일)’ 등 세계 골프 역사를 새로 써온 그에게도 부침은 있었다.
2016년 투어 개막전인 바하마 클래식에서 허리 부상을 당하며 경기를 중도 포기했고, 허리 부상을 털어낼 즈음엔 왼손 엄지손가락 부상으로 스윙조차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출전이 불투명했던 리우 올림픽도 끝내 출전을 강행해 금메달을 따냈지만 부상 여파로 2016, 2017년 연속 시즌을 조기 마감했다. “사실 리우 올림픽 전후로 많이 지쳤고 동기부여도 없어서 은퇴를 고민하기도 했었죠. 골프를 시작한 지 20년 동안 정말 앞만 보고 달려왔는데 뒤돌아보니 내가 무슨 길을 달려 온지도 모르는 상태였던 거예요.”
은퇴까지 고민했던 박인비가 골프에 대한 열정을 되찾은 것은 오히려 골프에서 벗어나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실천하면서부터다. 지난해부터 출전 대회수를 17개로 줄이며 선택과 집중을 했다. 늘어난 휴식 시간엔 평소 소홀했던 가족,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 2014년 결혼한 프로골퍼 출신 스윙 코치인 남편 남기협(38)씨도 큰 힘이 돼줬다. 불안감과 초조함이 사라지자 다시 골프가 즐거워지기 시작했다.
“스스로에게 ‘쉬어도 된다’는 말을 가장 많이 했어요. 평소에는 쉴 때도 골프와 투어 성적에 대한 압박이 심했는데 이제는 골프 생각을 하지 않아도 불안감을 느끼지 않아요. 그렇게 골프에서 한 발짝 물러나니 오히려 골프에 대한 열정이 생겼어요. 투어 생활 13년 만에 처음으로 골프가 즐겁다는 생각이 든 거죠.”
욕심을 내려놓으니 성적은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지난해 3월 미국 애리조나주에서 열린 뱅크 오브 호프 파운더스 컵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LPGA 통산 19승을 달성한 박인비는 2015년 10월 이후 2년 6개월 만에 세계 랭킹 1위에 복귀하며 부활을 알렸다. 시즌 내내 부상도 없었다. 5월에는 19전 20기만에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두산매치플레이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KLPGA 무관의 한을 풀기도 했다.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자택에서 막바지 훈련을 매진하며 새로운 시즌을 위한 담금질 중인 박인비는 2월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HSBC 월드챔피언십으로 2019년 여정을 시작한다. 올해도 지난해(17개)처럼 워라밸을 위해 15~20개 대회에 나갈 예정인 그는 “올해도 문제없이 스케줄만 잘 소화하는 게 소박한 목표지만 메이저 대회 우승도 하면 좋을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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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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