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던 우간다는 삶의 해학이 풍부한 곳이다. 한때 ‘백인들의 무덤’이라고 불렸던 아프리카 대륙. 무수한 백인들이 풍토병으로 이곳에 묻혔기 때문이다. 의술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기세등등한 말라리아나 에이즈의 위협은 그 땅에서 사는 이방인들을 주눅 들게 한다.
경이로운 일은 같은 조건 아니 더 열악한 환경으로 늘 죽음을 곁에 두고 사는 현지인들은 오히려 낙천적이라는 것이다. 아침에 자고 일어나면 누군가가 죽었다는 소식을 자연스레 접하면서도 남아 있는 자들은 웃고 노래하고 떠들면서 삶을 살아내는 저력이 있다.
시골 가게에 계란을 사러 간 적이 있다. 계란 한판을 살 생각으로 서른 개를 달라 했다. 그건 안 되고 열 개만 팔겠단다. 많이 필요해서 그러니 서른 개를 달라 했다. 짜증을 내며 열 개만 판단다. 이유를 물었다. 열 개 이상은 세지 못한단다. 내가 세 줄 테니 팔라고 했다. 그랬더니 왜 욕심을 부리냐고 혼자 다 사가면 나중에 오는 사람은 어떻게 하냐고 화를 낸다.
자본주의 시장에서 들은 적 없는 신기한 시장 논리에 잠시 당황했다. 결국 집에 손님이 많이 와서 그러니 서른 개를 사게 해달라고 사정 설명을 하고, 열 개씩 봉지에 넣어 돈을 지불하기를 세 번 한 다음에야 계란 구입이 마무리되었다.
우리는 적자생존 약육강식이 동물 세계를 넘어 인간 사회의 원리가 되어 버린 시대를 살아간다. 성공과 패배는 공존할 수 없는 양극이다. 열 개까지만 가지고 그 다음은 다른 사람의 몫으로 남겨 놓는 사회. 모두가 백만장자를 꿈꾸며 읽어 내기도 힘든 숫자의 부를 쟁취한 사람이 영웅으로 인정받는 사회. 어떤 것이 우리가 꿈꾸는 사회일까. 우리가 추구하는 것이 행복이라면 잠시 멈추어 우리의 숫자를 다시 세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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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리 /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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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좋은 글이네요. 다른이에게도 기회를 주는 사회 ...다시금 나눔과 가짐과 사랑에 대해 생각해봐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