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출하고 돌아오다 어린아이와 함께 넓은 주차장을 거닐며 노는 젊은 엄마를 만났다. 처음 보는 한인 엄마다. 반가운 김에 아이에게 몇 살이냐고 물었더니 손가락 네 개를 펴 보이는데, 아이도 한국 말하는 우리가 반가웠던 모양이다.
“할머니, 이것 가지세요. 냉동고에 넣어야 해요.” 고사리 같은 양손에 쥐고 있던 기다란 고드름 중 하나를 내민다.
“할아버지 이름은 뭐예요?” 잔뜩 호기심에 찬 질문에 “고놈 참 똑똑하네. 그냥 할아버지라고 불러라.” “예, 할아버지.” 올려다보는 까만 눈이 초롱초롱하다.
미국에서 자라 뿌리를 내리고 사는 우리 자손에게 조부모와 부모세대가 함께 징검다리 역할을 해 줄 수 있는 건 고유의 전통과 한국말일 것이다. 이미 이민 1세대는 대부분 경제활동을 접고 아무 속박 없이 손주들을 돌보며 재롱을 재미삼아 세월을 보낸다.
개개인의 이민 역사는 힘들었지만 미국생활을 사명감처럼 고수하며 살아왔던 이유도 우리 아이들이 콩나물 자라듯 쑥쑥 자라 한국인의 후세로 당당하게 자리매김해 주길 바라는 마음에서였을 것이다.
통계에 따르면 미국에 살고 있는 한인의 총수는 약 270만 명에 이른다. 이민 1세대가 초석이 되어 다져놓은 길 위에 이민 2세대가 연방하원과 시의원에 선출되는 등 각계에서 한인들의 활약이 눈에 두드러진다.
1세대의 기운을 이어받아 마라토너처럼 달려 열정과 실력으로 꿈을 이루어 나가는 다음 세대의 무한도전을 신문지상에서 읽으며 회심의 미소를 지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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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순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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