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단상들이 툭툭 터지고 세상은 수런수런 술렁일 테지. 시인 도해가 ‘봄이라는 기척’에서 읊은 것처럼 어디선가 봄의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정작 소풍날보다 그전의 설레던 날들이 더 좋았던 것처럼 봄기운이 완연한 4, 5월보다 봄을 고대하는 요즈음 더욱 풍성히 봄을 느끼는 것 같다. 현실로서의 봄은 자주 실망감과 배신감을 안겨주는 반면 시와 노랫말과 음악 속에서 봄은 늘 진실하고 한결같기 때문이다.
시인 함민복의 ‘마흔번째 봄’을 읽으면 베토벤의 ‘스프링 소나타’가 들려온다. 바이올린과 피아노가 어울려 누군가의 가슴을 두들기고 있기 때문이다. 비발디의 ‘사계’ 중 봄에서는 단정하고 힘차게 올라오는 새순들과 아지랑이와 종달새 소리를 듣는다. 공기는 얼마나 신선하고 화창한지. 선율들이 내뿜는 정경에 미세먼지라고는 없다.
첼로로 켜는 멘델스존의 ‘봄노래’는 목련꽃 그늘 아래서 읽는 베르테르의 편지다. 그 봄기운은 참으로 따스하고 편안하다. 그 품속에서 한참 졸기도 한다.
요한스트라우스의 ‘봄의 소리 왈츠’에서 봄은 절정을 이룬다. 봄의 여왕 오월의 노래다. 가슴을 울렁였던 그 사람과 사랑을 나누며 생명과 자연의 기쁨을 만끽하는 장면이다.
연녹색 봄의 향연이 뭉클해서 갑자기 조바심이 생긴다. 아! 이 봄이 떠나면 안 되는데. 떠나려 하는 봄을 붙잡는 기가 막힌 노래가 있다. 우리 판소리 ‘사철가’중 봄이다. 튕기는 것인지 애절한 마음을 반어법으로 호소하는 것인지 표현이 다소 의외이긴 하다. “봄아! 왔다가 가려거든 가거라! 네가 가도 여름 되면, 녹음방초 승화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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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주 / 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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