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2월 북아프리카 튀니지에서 시작된 재스민 혁명 물결이 그 이듬해 이웃 리비아에까지 몰려왔다.
42년간 리비아를 철권 통치하던 무아마르 알 카다피는 고향 시르테 땅굴에 숨어 있다가 시민군에게 붙잡혀 처참하게 총살됐다. 아랍의 시민 혁명 바람은 이후 리비아에 짙은 내전의 상처를 남긴다.
서방이 지원하는 반정부군과 이슬람 전통 무장세력 간 유혈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유엔이 개입해 2015년 파예즈 알사라즈 총리가 이끄는 리비아통합정부(GNA)가 출범했지만 북동부 벵가지를 장악한 반군 리비아국민군(LNA)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무력 확장에 나섰다.
리비아 내전의 지속은 이슬람 근본주의 국가의 부활을 원하지 않는 서방의 지원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LNA의 세력 확장 영향이 크다.
LNA는 지난 4일 수도 트리폴리 진격을 선언하고 트리폴리국제공항을 장악했다고 선언했다.
내전 상황이 심각해지자 미국은 평화유지군으로 활동하던 자국 병력 일부를 철수시켰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7일 칼리파 하프타르 LNA 최고 사령관에게 공격 중단을 촉구하는 성명을 내놓았다.
올해 76세인 하프타르 사령관은 리비아 아지다비야 태생으로 카다피 정권 시절 그를 따르던 장교였다. 1987년 리비아가 이웃 차드와 국경 분쟁을 벌일 때 사령관으로 전장에 나섰지만 패배해 포로가 됐다.
차드 반정부군 지원을 숨기려 한 카다피가 하프타르의 존재를 외면하자 미국으로 망명한 후 20여년 뒤 귀국해 카다피 정권 전복에 일등 공신 역할을 한다.
그의 차드 탈출 경로와 미국에서의 행보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서방 언론은 그가 이끄는 LNA가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지원을 받는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내전에 시달리는 리비아 시민들은 차라리 하프타르가 이끄는 LNA가 군벌을 장악해 전쟁을 끝내기를 원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한때는 카다피 충복이었던 그가 복수의 화신으로 리비아에 돌아와 내전의 중심인물이 된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다. 게다가 미 CIA도 하프타르 후원 세력과 관련이 있는 모양이니 국제정치 관계는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리비아 내전의 결말이 어떻게 끝날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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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병문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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