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직장은 기회 적고 봉건적” 이공계 박사·의사 등 핵심인재
▶ 중국·인도보다 인구대비 유출 심각
미국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하고 석박사까지 모두 마친 후 한국 대기업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했던 30대 중반의 김모씨. 한국 대기업으로 스카우트될 때만 해도 계약사례(singing) 보너스에 병역특례까지 받으며 탄탄대로를 걸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입사한 지 불과 2년 후에 다니던 직장이 외국계 기업에 인수합병(M&A)된 뒤 일에 대한 고민과 미래에 대한 불안이 쌓이기 시작했다. 한국의 연구센터는 본사 R&D센터의 변방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핵심연구는 본사에서 담당하고 한국 R&D센터는 본사가 판단하기에 사소하거나 연구를 진행하기에 귀찮은 주제만 떠맡았기 때문이다.
본사에서 R&D 연구주제를 받아 오는 임원에게 “미국 출장 때 한국 R&D 인력도 우수하다는 점을 알려 중요한 연구 아이템을 받아올 수 없느냐”고 건의도 해봤다.
하지만 항상 “너는 시키는 일이나 잘하라”는 말만 들었다. 결국 김씨는 이공계 박사 등이 아무 조건 없이 미국 영주권을 받을 수 있다는 NIW(National Interest Waiver)를 통해 지난 2월 미국땅을 밟았다. 물론 이민비자 발급을 진행하면서 미국 내 일자리도 얻었다. 미국에서 이공계 박사 학위를 받은 인재가 한국 생활 7년 만에 다시 미국으로 돌아간 것이다.
김씨는 “한국에서 전공을 살려 일할 수 있는 다른 회사를 알아봤지만 갈 수 있는 기업이 고작 한두 개에 불과했다”며 “미국에서는 전공을 살릴 일자리도 풍부하고 지역과 연봉에 따라 골라서 일할 수 있는 만큼 한국으로 돌아갈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이공계 박사 학위 이상 소지자와 의사 등 최우수 두뇌급 인재 1,500여명이 매년 한국을 떠나 미국으로 향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전 세계에서 미국 이민자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중국과 인도의 인재유출 규모와 인구 수를 비교하면 한국의 인재유출 규모가 이들 국가보다 커 비상등이 켜졌다.
미 국무부에 따르면 미 정부는 지난 한 해 동안 고급인재 취업이민 통로인 EB-1과 EB-2를 통해 한국인 5,745명에게 이민비자를 발급했다. 1,340명이 EB-1으로, 4,405명이 EB-2로 이민비자를 받아 미국으로 떠났다. 4인 가족 기준으로 환산하면 지난해 1,500명의 최우수두뇌급 인재가 미국으로 떠난 셈이다.
EB-1은 최우선 전문직 취업이민으로 노벨상 수상자 등 걸출한 능력과 미국 사회에 꼭 필요한 기능을 가진 사람들에게 주어진다.
주로 국제적으로 연구성과를 인정받은 대학교수 등 연구자와 미국 업체 및 다국적기업 임원으로 미국에 들어오는 사람 등을 대상으로 한다.
EB-2는 고급인재를 대상으로 하는 2순위 취업이민으로 EB-2 내의 NIW 는 노동허가(LC)나 현지 고용주가 없어도 미국 국익에 도움이 되는지를 판단해 미 국무부가 이민비자를 발급한다. 한국에서 EB-2를 통해 미국에 이민하는 사람의 90%가 NIW를 통해 영주권을 얻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부 교수는 “우리는 핵심인재에 대한 배려가 없고 과거부터 정부는 핵심인재 육성에도 큰 관심이 없었다”며 “미국뿐 아니라 중국으로 떠나는 인재들까지 합한다면 인재유출 규모는 더욱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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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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