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덕근 메릴랜드
영화 ‘밀정’의 첫 장면은 김상옥 열사가 3겹 4겹의 일본 경찰 포위망을 단신으로 돌파하는 장면이다. 김상옥 열사는 의열단 단원으로 종로경찰서에 폭탄을 투척했으며 일본 총독을 암살하려다 계획이 사전 발각돼 장렬하게 전사한 독립운동가이다. 의열단은 이 외에도 밀양경찰서, 동양척식회사 등에 폭탄을 투척해 일본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이 의열단의 단장이 김원봉이다.
약산 김원봉을 잡으려고 일제가 내건 현상금은 100만원이었는데 지금으로 환산하면 무려 320억원의 돈이라 한다. 그만큼 김원봉은 일제가 두려워한 독립운동가였다. 일제는 거액의 현상금을 걸고 그를 잡으려 혈안이 되었지만 그는 잡히지 않았고 해방을 맞아 고국에 무사히 돌아왔다.
하지만 그를 잡은 것은 어이없게도 해방 후 친일 악질 경찰 노덕술이었다. 노덕술은 일제 치하에서 독립운동가들을 잡아 고문하고 감옥으로 보낸 친일 앞잡이 경찰이었다. 반민특위의 반민 리스트에도 가장 첫자리에 올랐던 그가 해방된 조국에서 최고의 독립운동가를 잡아 고문한 것이다. 김원봉이 “네가 왜 여기에 있어?”라는 말에 “이 빨갱이 새끼”하며 김원봉의 빰을 때라고 고문을 자행한 인간이 노덕술이었다.
김원봉은 3일간 통곡하며 조국의 현실에 한탄했고 결국 북으로 ‘망명’했다. 북에서는 얼마간 독립운동가의 예우를 받았으나 결국 북에서도 버림받아 쓸쓸한 생애를 마쳤다. 그의 동생과 사촌들은 보도연맹을 창설한 이승만에 의해 대부분 살해당했고 막내 동생 김학봉 여사가 오빠의 명예가 회복되는 것을 보지 못하고 얼마 전에 세상을 떠났다.
북에서 예우를 받았다는 이유로 ‘뼛속까지 독립 운동가’인 김원봉 선생의 서훈이 아직 통과되지 않았다. 사회주의자면 독립운동가가 아닌가? 일제 치하에서 조국의 독립을 위해 힘쓸 때 민족주의자면 어떻고, 사회주의자면 또 어떤가? 그 암울한 시대에 신체의 편안함을 마다하고 대한 독립을 위해 헌신한 이들에게 이 어찌 해괴한 욕보임인가!
매국노 몇명 죽인다고 독립이 되느냐는 물음에 영화 ‘암살’에서 주인공 안윤옥은 “그래도 우리가 싸우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알려줘야죠”라고 힘주어 대답한다. 그렇게 일제와 싸우고 있는 것을 알렸던 독립운동가가 300만명. 하지만 그중 고작 1만5,000여명에게만 서훈이 이루어졌다.(국가보훈처 자료) 민족정기를 위해서도 우리 자신과 후손을 위해서도 이 분들에 대한 예우를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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