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년전 1992년 4월29일 LA에서 폭동이 일어났다. 영문도 모르고 하루하루 열심히 살던 한인들의 가게에 폭도들의 약탈과 방화가 자행되었다. 그날 그렇게 하늘을 보고 울부짖고 땅을 치며 통곡을 했다. 미주 한인들의 본격적인 이민이 시작되고 거의 10년 만에 한인들은 호된 이민자 신고식을 치러야 했다.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열심히 살았다. 그래서 집 사고 차도 사고 좋은 학교에 자녀들을 보냈거나 그런 이웃들을 보면서 열심히 일하면 나도 저렇게 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살았다. 그런데 피땀으로 일군 가게는 잿더미가 되고, 아무리 불러도 경찰은 오지 않는 무법천지의 시간이었다. 나중에 보니 주 방위군이 잘사는 백인 동네만을 지키기 위해서 동원이 되었다고 했다.
그날의 아픔은 미주 한인들의 교훈이 되었고 정치력 신장만이 미국에서 대우받고 살 수 있는 길이라 여기고 유권자 등록과 투표참여 운동이 미전역의 한인사회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많은 한인 정치인들이 지역에서 도전을 했고, 2019년 현재 1명의 연방하원의원과 수십 명의 주의원들과 시의원들이 탄생했다. 되돌아보면 정말 한인들의 열정은 대단하다. 3억2,000명의 미국 인구 중 180만이니 1%도 안 되는 0.56%의 인구이지만 나름 기죽지 않고 살기 위해서 엄청난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나 2019년 우리는 과거 경험하지 못했던 혼돈의 시대에 살고 있다. 미국의 시민이지만 이민자로서, 유색인종으로서, 소수계로서 상당히 위축된 상황에서 살고 있다. 비단 미국만의 문제가 아닌 전 세계적인 현상으로, 여러 국가에서 소수계가 공격받고 불합리한 대우를 받고 있다. 특히 세계적으로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다수계의 인심이 각박해지고 다수계가 자신들의 몫이 먼저라고 요구하기 시작했다.
빵은 작아지고 먹을 사람들은 늘어나니 다수계가 포용력을 잃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세계적인 경제난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인 부호들의 재산은 천문학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그래서 “현대 자본주의가 고장이 났다고 하면서 해법을 찾지 못하면 자본주의가 무너질 수 있다”고 부자들과 영향력 있는 세계 지도자들의 모임인 다보스 포럼에서 심각하게 문제 제기가 되고 있다.
이것은 자본주의 체제의 문제다. 이것을 고치는데 진보와 보수, 좌와 우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하는데 문제는 서로 구체적인 대안 없이 진영 논리로 싸우고만 있다. 이 시간이 길어지면 힘없는 자와 가난한 자들이 죽을 고생을 하게 된다. 그리고 우리는 하루하루 사는데 급급해서 지금 어디에서 어떻게 서있는지를 생각할 여력도 없이 혼돈의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27년 전 4.29 LA 폭동도 사실은 세금을 대폭삭감하면서 인기를 누렸던 레이건 대통령의 레이거노믹스로 인해 정부 재정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극빈층에 대한 정부의 복지정책이 대폭 줄어들자 발생한 가난한 자들의 폭동이었다. 지금은 그때보다 더 줄어든 복지 재정의 시대이다. 미국의 상층부 금융경제는 여전히 좋다. 그러나 바닥은 너무 어렵다.
미국의 폭동은 30년 주기로 발생했다. 이런 흐름을 미리 파악하고 준비하는 만큼 재앙을 막고 줄일 수 있다. 재산을 지키기 위한 보험도 있지만 커뮤니티 차원의 보험은 정치력이다. 4.29 폭동 27주년을 돌아보며 우리가 서있는 현실과 우리가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지를 되짚어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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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찬 시민참여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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