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당구계 평정한 캄보디아 출신 스롱 피아비
▶ 농사일 하다 2010년 한국으로 시집, 어느날 당구장 갔다 숨겨진 재능 발견

한국으로 시집을 온 결혼이주여성 스롱 피아비는 현재 당구선수로 활약하고 있다. <권욱 기자>
“한국에 시집와서 저도 몰랐던 재능을 발견했어요. 결혼하면 집안일만 하며 평범한 주부로 살 줄 알았는데 어느 순간 유명인이 돼 있네요. 주변에서는 나에게‘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고 말하는데 멋지게 살겠습니다.” 고향인 캄보디아 캄퐁참에서 농사를 짓다 한국으로 시집을 온 결혼이주여성 스롱 피아비(29). 현재 당구선수로 활약하고 있는 그는 이미 캄보디아에서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스타가 됐다. 최근에는 캄보디아를 공식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 옆에 앉아 국내에서도 큰 화제를 모았다.
평범했던 캄보디아 출신의 주부가 혜성처럼 나타나 한국 당구계를 평정하고 이제 세계 무대에 우뚝 서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피아비 선수는 지난 2010년 충북 청주에서 인쇄소를 경영하는 김만식(58)씨와 결혼했다. 인쇄소 일을 하면서 남편은 자신의 취미인 당구를 즐기기 위해 자주 당구장에 갔다. 피아비 선수는 캄보디아에서 생활할 때 당구장에는 가본 적도 없고 관심도 없었다. 남편이 자주 가는 당구장이 궁금해 하루는 따라나섰는데 이날 그의 인생은 180도 바뀌었다.
“남편과 삼촌들(남편 친구들)이 당구를 치는데 저는 구경만 하고 있었어요. 그러다 남편이 ‘한번 쳐볼래’ 하면서 큐(당구채)를 건네줘 다른 사람들이 치는 모습을 따라 하면서 폼을 잡았죠. 그런데 제가 치는 것을 지켜보던 남편과 삼촌들이 ‘오~’ 하면서 감탄을 해요. 처음 공을 치는데 자세가 제대로 나온다고 칭찬했어요.”
피아비 선수의 공 치는 자세에 깜짝 놀란 남편과 함께 당구를 치던 지인들은 간단하게 공 치는 방법을 알려줬다. 아저씨들이 가르쳐준 대로 공을 다 맞히자 모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면서 “정말 당구를 처음 치는 것이 맞느냐”며 감탄을 쏟아냈다. 이때 아내의 운동신경, 즉 당구 감각을 알아본 남편 김씨는 “제대로 당구를 쳐볼 생각이 없느냐”며 동호회 활동을 권유했다. 당시가 2011년이고 이때 당구에 입문했다. 그의 주 종목은 캐롬(스리쿠션)이다.
피아비 선수의 당구 소질은 바로 발휘됐다. 2013년 열린 전국 여자동호인 당구대회에서 2위의 성적을 거뒀다. 프로 대회는 아니지만 참가자 대부분은 단순한 취미 수준의 당구 실력이 아닌 준프로의 실력을 갖춘 사람들이다. 당구 입문 2년 만에 이 같은 성적을 거둔 피아비 선수를 당구용품 업체 ‘빌킹코리아’의 관계자가 유심히 지켜봤다. 그리고 그를 프로로 만들기 위해 소속선수로 영입하고 정식 후원하기로 했다. 현재는 빌킹코리아 외에도 동아제약과 실크로드·PPC뱅크 등 국내외 업체들이 후원하고 있다.
“저의 가장 든든한 후원자는 남편이죠. 남편은 제가 본격적으로 당구를 시작한 뒤 ‘집안일이나 인쇄소는 신경 쓰지 말고 오직 당구에만 집중하라’며 전폭적인 지원을 해주고 있어요. 남편 덕분에 오직 당구만 칠 수 있는 환경이 돼 너무 좋아요. 또 남편을 비롯한 저를 후원하는 업체들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좋은 성적을 내야 하니 부담감도 있지만 최선을 다해야죠.”
남편과 빌킹코리아 등의 후원으로 당구에만 집중한 피아비 선수는 여러 대회에서 눈에 띄는 성적을 거뒀다. 2014년 문화체육관광부장관배 여자동호인 당구대회 1위, 2015년 전국 3쿠션 페스티벌 대회 1위, 같은 해 미국제니퍼심 인터내셔널 대회 2위에 올랐다.
당구에 입문한 지 불과 5년 만인 2016년 그는 프로로 데뷔했다. 프로 데뷔 이후에도 각종 대회에서 상을 휩쓸었다. 프로로 데뷔한 해 대구캐롬연합회 여자대회 1위, 2018년 제5회 국토정중앙배 당구대회 여자부 1위, 2018년 터키 여자 세계3쿠션대회 3위를 차지했다.
현재 피아비 선수는 한국랭킹 1위, 세계랭킹 3위다. 실력으로는 캐롬 30점, 국내 당구장에서 주로 하는 4구는 2,000점이다. 남편의 4구 실력이 200점이니 부부의 실력 차이는 10배가량이다. 피아비 선수에 대한 스토리는 한국에서만 화제가 되는 게 아니다. 캄보디아에서는 그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만큼 ‘국민 영웅’급으로 자리 잡았다. 피아비 선수는 “캄보디아 친구들에게 내 한국 생활 근황을 알리기 위해 당구선수로서의 활동을 전했는데 어느 순간 캄보디아에서 유명인사가 됐다”고 전했다. 피아비 선수가 캄보디아를 방문할 때면 이미 공항은 캄보디아 언론의 취재진으로 북새통을 이룬다. 마치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 감독이 인천공항으로 입국할 때의 모습과 비슷하다. 이런 피아비 선수의 인기에 ‘캄보디아 특급’이라는 별명도 자연스럽게 붙었다.
급기야 캄보디아 정부는 피아비 선수를 위해 당구연맹까지 만들었다. 현재 캄보디아 국적인 그는 캄보디아 대표로 국제대회에 출전해야 한다. 하지만 캄보디아에는 당구연맹이 없어 국제대회에 나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 소식을 들은 캄보디아의 훈센 총리 아들이 관심을 나타냈고 지난해 6월 캄보디아당구연맹이 만들어졌다.
그는 “캄보디아에서는 당구를 치는 인구가 많지 않아서인지 당구연맹이 없었는데 나를 위해 연맹까지 만들어주니 너무 고맙다”며 “캄보디아 정부는 당구연맹 창립뿐 아니라 열심히 당구를 치라며 넉넉한 후원금도 줬다”고 전했다.
피아비 선수의 명성에 문 대통령과 훈센 총리도 관심을 보였다. 지난달 15일 프놈펜의 캄보디아 총리실 평화궁에서 열린 한·캄보디아 비즈니스포럼에서는 특별 이벤트가 열렸다. 피아비 선수 후원 협약식이었다. 당시 캄보디아를 방문 중이던 문 대통령을 비롯해 훈센 총리 등이 협약식에 참석했다. 피아비 선수는 문 대통령이 전날 프놈펜 시내의 한 호텔에서 개최한 동포 만찬 간담회에도 초청을 받았다.
피아비 선수의 목표는 우선 세계랭킹 1위가 되는 것이다. 또 한 가지 목표는 자신의 고향에 학교를 세우는 것. 한국에 시집왔을 당시 그는 피아비 선수는 그동안 여러 대회에서 받은 상금과 후원금을 차곡차곡 모아두고 있다. 나중에 자신의 고향이나 그 인근에 학교를 세우는 등 캄보디아에 도움되는 일을 하기 위해서다.
그는 당구선수로서 당연히 당구를 즐기는 인구가 많아지기를 바라고 있다. 한국과 캄보디아, 더 나아가 세계적으로 당구인구 확산에 자신도 역할을 하고 싶다는 게 그의 또 하나의 바람이다. 피아비 선수는 “많은 사람이 당구를 취미로 삼고 누구나 즐길 수 있도록 하는 데 내가 뭔가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내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나와 우리 가족, 그리고 나를 후원하는 사람들과 응원해주는 팬들을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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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9월12일 캄보디아 캄퐁참 △2010년 결혼, 한국(청주) 이주 △2011년 당구 입문 △2013년 전국 여자동호인 당구대회 2위 △2014년 문화체육관광부장관배 여자동호인 당구대회 우승 △2015년 전국 3쿠션 페스티벌 대회 우승 △2016년 프로 데뷔 △2016년 대구캐롬연합회 창립 5주년 여자대회 우승 △2017년 서울당구연맹 여자부 대회 우승 △2017년 제1회 화성시 스카치대회 우승 △2018년 잔카 아시아 여자선수권 대회 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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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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