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근 성결교회 목사
1977년 5월, 한국에서 이민가정들이 쏟아져 들어올 때였다. 문화적 충격으로 상처를 크게 입은 가정들이 속출하고 있었다. 피해자는 특히 자녀들과 아내였다. 이에 남가주가정윤리위원회가 그 대책의 하나로 표어를 모집했다. 그 때의 최우수 당선작이 ‘가정 밖에 낙원 없다, 잘 가꾸어 행복 찾자’였다.
지금은 그래도 문제 가정들이 좀 줄어든 편이다. 구타당한 가족들을 보호하는 셸터 이야기가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몇 식구 안 되는 가정인데도 갈등, 싸움질, 폭력, 이혼, 음주, 마약 등의 문제는 여전하다. 교회와 가정이 가장 빈번한 전쟁터라면 과장일까. 그래서 ‘좋은 가정 세우기’ 방안을 다섯 가지로 정리했다.
첫째로 의식주가 갖추어 있어야 한다. 화려한 의복, 산해진미, 호화저택이 반드시 가족의 행복을 보장하는 충분조건은 아니다.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
켄터키에서 공부할 때 링컨의 통나무집을 방문했었다. 여러 식구가 한 방에 살았던 흙집이었다. 돈이 없고 가난해도 행복한 가정을 창출해낼 수 있다. 그렇다 해도 의식주와 교육비를 부담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재정은 있어야 건실한 가정이 된다.
둘째로 가정이 교육적으로 자극과 도전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되도록 배려해야 한다. 어떤 사업가 가정을 심방했더니 유명한 상표가 붙은 술병은 많은데 책이라고는 별로 없었다. 필자는 술병 모두 치우고 그 자리에 좋은 책들로 채우라고 듣기 싫은 조언을 했다. 가정에는 가훈이 있어야 한다. 명화도 걸어 놓고, 음악을 들을 수 있어야 한다.
셋째로 가정은 ‘절제된 사랑센터’여야 한다. 지나치게 사랑해서 모든 일에 오냐오냐 해서는 안 된다. 자녀들을 편애하거나, 다른 집 아이들과 무모하게 비교하거나, 자녀 문제로 부부싸움을 하는 것은 교육적으로 매우 나쁘다.
체벌은 효과보다 부작용이 더 크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꾸중보다는 격려를 많이 해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십자가를 지는 사랑이라야 한다. 자녀들이 잠들기 전에 자신들을 위한 부모의 기도소리를 듣는 것은 엄청난 교육효과가 있음을 놓쳐서는 안 된다.
넷째로 부모와의 대화시간이 되도록 많아야 한다. 대화는 그 자체가 사랑이다. 우리 한인 부모들의 결점은 아직도 대화한다면 부모가 말하기를 독점하고 자녀들은 듣기만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잔소리 끓여 붓기다. 오히려 그 반대여야 한다. 부모가 많이 듣고 자녀들이 시시콜콜한 것까지 말하도록 해야 한다. 사람은 들어서 배우는 것도 많지만 오히려 말하고 정리해서 발표하는 데서 훨씬 더 중요한 것들을 학습한다.
과거의 잘잘못만 따져서는 안 된다. 현재 당면한 문제 해결, 특히 장래지향적인 것들이어야 한다. 마치 우수한 운전자는 뒷거울과 옆거울보다 앞을 더 자주 그리고 멀리까지 보아야 하는 것과 같다. 5년 혹은 10년 후의 가족들의 장래 모습을 이야기 나누어 보라.
마지막으로 가정이 바람직한 지도력 훈련센터가 되도록 해야 한다. 인류사회가 무서운 속도로 지구마을(global community)이 되어가고 있다. 우리가 사는 미국은 문명의 수준이나 국가의 규모로 보아 지구함생체를 주도하게 될 것으로 예상되고 또 기대된다. 그런데 지구함생체에서 요구되는 것은 바로 ‘섬김 지도력’(servant leadership)이라는 주장이 대세이다. 대학입학평가에서 이 섬김지도력을 매우 중요한 항목으로 체크한다. 바로 이것은 가정에서부터 훈련되어야 한다.
불과 두셋 혹은 네다섯 식구가 사는 가정에도 위기의 태풍이 자주 불어 닥친다. 하지만 이런 원리들을 신실하고 지혜롭게 활용한다면 위기는 오히려 ‘위대한 행복을 생산해 내는 절호의 기회’가 되지 않을까. 부모의 건실한 교육적 지도력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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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근 성결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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