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한인타운에서 멀지 않은 부촌 베벌리힐스 시 전체가 담배 때문에 시끄럽다. 담배 판매 전면 금지 법안의 시의회 통과가 확실시되면서 시민 건강 권리 확보라는 공익 논리와 시 경제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경제 논리가 맞서고 있는 형국이다. 이와 함께 담배 판금 조치가 인접 지역인 LA로 확산될지도 주목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AP통신은 고급 주택과 유명인들이 거주해 부촌으로 여겨지고 있는 베벌리힐스 시에서 담배 판매 금지 조치를 놓고 3만4,000명 주민들 사이에 찬반 논란이 뜨겁게 벌어지고 있다고 8일 보도했다.

베벌리힐스 시가 때아닌 담배 판금을 놓고 찬반 여론이 갈리게 된 것은 시의회의 결정이 난 뒤부터다. 지난 7일 베벌리힐스 시의회는 시내에서 모든 종류의 담배 판매를 전면 금지하는 조례 변경안을 검토하고 시의회 전체 투표에 부치기로 결정했다.

변경안에는 담배 판금에 대한 예외 조항을 두고 있는데 시내 3곳의 시가 판매점과 호텔 투숙객이 룸서비스를 통한 담배 판매 구입은 가능하도록 했다.

오는 21일로 예정된 시 의회 전체 투표에서 담배 판매 전면 금지법안이 통과되면 베벌리힐스 시는 미국 역사상 담배 판매를 금지하는 첫 번째 시가 된다.

최종 투표에 참석할 5명의 시의원들은 큰 이변이 없는 한 담배 판매 금지법안을 통과시킨다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고 매체는 전했다.

현재 베벌리힐스에서는 멘솔향 등 향이 첨가된 담배는 판매가 금지되어 있다. 하지만 이번 담배 판매 금지 법안은 이보다 한 발 더 나간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담배 판금이 확실시되면서 애연가들과 함께 담배를 판매하는 업소들의 반발이 거세게 일고 있다. 담배 판매 금지로 주유소와 마켓들은 담배 판매 수입 자체가 없어지면서 매출에 타격을 입게 되기 때문이다.

사실 담배 한 갑 가격이 평균 8달러인 점을 감안하면 판매업소의 불만이 제기될 만한 것이다. 일례로 베벌리힐스내 한 ‘유니언 76’ 주유소의 경우 12달러짜리 담배를 하루에 50갑을 판매하고 있어 이 같은 사실을 뒷받침하고 있다.

‘라이트 에이드’와 같은 소매체인들은 시내 고급 호텔 투숙객들이 담배를 구입하러 들러 매출 증대에 기여했는데 앞으로 이들의 매장 방문이 줄면서 매출 타격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영세 판매업소들은 이번 담배 판매 금지 법안이 통과되면 수입이 줄게 되면서 직원들을 해고할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반해 주민의 건강 증진이라는 공익 목적에 부합하는 조치라며 환영하는 쪽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판매업소의 매출 하락과 해고 증가 등 일정 부분 경제적 악영향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공공 보건의 안전성 확보가 너무나도 중요하고 시급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베벌리힐스 시의 담배 판매 금지 조치의 불똥은 외국 관광객들에게 튈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에서 온 관광객들은 흡연 문화에 익숙해 있기 때문이다. 담배 판매가 금지되면 이들 관광객들은 LA나 웨스트우드로 가서 담배를 사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또 다른 여파로 베벌리힐스 시처럼 LA시에서도 담배 판매 금지 법안이 제안이 나오면서 담배 판매 금지 운동이 확산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