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부가 남가주 한국학원 산하 11개 주말 한글학교들에 대해 올 지원금 지급을 보류했다는 뉴스(한국일보 22일자 1면)는 놀랍고 충격적이다. 대상 학교들은 그동안 한국정부로부터 ‘모범 교육기관’이라는 평가를 받아온 곳들이어서 이번 지원금 보류는 더욱 이해하기 힘든 조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국정부의 지원금이 끊길 경우 사명감으로 묵묵히 뿌리교육을 해오고 있는 한글학교들의 존립이 흔들리게 될 것임은 불 보듯 뻔하다.
이런 조치가 나온 배경에는 남가주 한국학원과 LA 총영사관 사이의 다툼이 자리 잡고 있다. 지난해 윌셔 사립초등학교가 운영난으로 폐교한 이후 남가주 한국학원과 총영사관 사이에 시설 활용을 둘러싼 이견이 노출됐다. 양측이 한 치의 양보도 없이 각자의 주장을 내세우면서 한국학원과 총영사관의 대립은 지난 수개월 감정싸움으로 치닫는 양상을 보여 왔다. 그런 가운데 총영사관은 올 초 남가주 한국학원을 ‘분규 단체’로 규정해 줄 것을 한국정부에 건의했고 급기야 산하 한글학교들에 대한 지원금 보류조치가 나온 것이다.
언어교육, 문화교육, 역사교육을 통하여 미국에서 살아갈 2세들에게 올바른 가치관을 심어주는 것이 뿌리교육의 본질이다. 이를 통해 2세들은 한인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건전한 가치와 인성을 지닌 개체로 성장해 간다. 그렇기에 어려운 이민생활 속에서도 한인들은 뿌리교육에 혼신의 힘을 쏟아왔다. 지금의 뿌리교육 시스템은 오랜 세월 무수한 한인 학부모들 그리고 교사들의 노고와 헌신 위에 형성된 소중한 커뮤니티 자산이다.
한국정부의 이번 조치는 남가주 한국학원을 강하게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인다. 지원이 보류된 학교들이 남가주 한국학원에서 벗어나 독립적으로 재정을 운용, 결산하겠다고 서약할 경우에는 조건부 지원을 해 주겠다고 밝혔다. 두 기관의 입장 가운데 누가 더 합리적인지 제3자가 섣불리 판단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다만 뿌리교육이 어떤 경우에도 흥정과 압박의 대상이 되어선 안 된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일단 지원금 보류조치는 풀고, 이견을 좁히기 위해 양측이 다시 한 번 얼굴을 맞대고 마주 앉는 것이 성숙한 자세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어른들 싸움을 위해 아이들 교육을 볼모로 잡는 행위는 어떤 명분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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