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노린다지만 한·독·일 등 환율관찰대상국도 사정권
▶ 대미무역흑자 커지면, 원화절상 공개적 압박 가능성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23일(현지시간) 달러화 대비 통화 가치가 떨어진 국가를 상대로 상계관세 부과를 추진하기로 한 것은 무역전쟁에 환율을 새로운 전선으로 추가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주요 타깃인 중국은 최근 위안화 약세를 되돌리려는 노력을 보이고 있지만 무역전쟁이 확대돼 중국이 환율 카드를 본격적으로 집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장 통화 절하를 부당 보조금으로 간주해 보복 관세를 부과하면서 환율과 관세를 연계시키려는 트럼프 정부의 전략이 현실화할 경우 무역전쟁이 전방위로 확대돼 글로벌 증시는 전반을 뒤흔들 우려가 제기된다. 한국을 비롯해 일본·독일 등 대미 수출이 많은 국가들이 유탄을 맞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 기업들은 지난 10년간 상무부에 통화 절하를 ‘국가 보조금’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동안 받아들여지지 않던 이 같은 주장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무역전쟁이 시작되면서 검토됐다. 블룸버그통신은 “‘통화절하를 보조금’으로 제재하는 조치는 그동안 수면 아래에 있었지만 중국과의 무역전쟁이 격화되면서 월버 로스 상무장관과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국장 등 통상 매파들에 의해 되살아났다”고 전했다. 미국은 통화 가치 절하로 수입품 경쟁력이 높아졌는지를 판정할 기준은 밝히지 않은 채 통화 가치 절하 여부를 재무부에 맡기기로 했다.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이 그간 ‘환율 조작국’이라고 공공연히 비난해온 중국을 타깃으로 삼는 조치다.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은 지난 2013년 말 달러 대비 6.0위안선에서 현재 6.9위안대로 크게 오른(가치 하락) 상태다.
중국은 일단 위안화 환율이 달러당 7위안을 넘어서는 ‘포치(破七)’는 막는다는 입장이어서 중국이 의도적으로 위안화 절하에 나설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7위안을 넘어설 정도로 위안화 가치가 하락할 경우 외화유출이 가속화하고 미국의 압박이 설득력을 더하면서 무역 협상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된다는 판단에서다. 24일 인민은행은 달러 대비 위안화 기준환율을 전일 대비 0.0001위안 내린 6.8993위안에 고시해 12일 만에 기준환율을 절상했다. 최근 달러당 6.94위안을 넘어 7위안에 육박하던 역외시장의 위안화도 6.91위안 내외에서 거래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이 그동안 거둬들인 막대한 무역흑자에도 불구하고 위안화가 매년 절하돼 중국 정부가 의도적으로 시장에 개입했다는 의구심은 여전한 상황이다. 특히 무역전쟁이 계속 확전될 경우 중국이 수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위안화 절하를 유도하거나 적어도 용인할 것이라는 관측이 상당해 미중 통화전쟁의 불길이 급속히 커지며 세계 외환시장마저 흔들 위험이 적지 않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이날 중국 금융당국이 무역전쟁에서 중국이 취해야 할 선택지의 하나로 ‘위안화 약세’를 꼽고 있다고 전했다.
관세 폭탄을 주고받는 것으로 시작된 무역전쟁이 기술기업에 대한 거래제한에 이어 글로벌 환율 문제로 본격 비화할 조짐을 보일 경우 글로벌 시장에는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이날 무역전쟁 확전 우려 속에 미 뉴욕증시가 하락한 것은 물론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로 원유 등 상품시장도 뒤흔들렸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6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5.7% 하락한 57.91달러에 장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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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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