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성규 세종문화회관 사장
마흔이라는 나이를 떠올리면 8년 전 작고한 소설가 박완서씨가 생각난다.
작가는 마흔 살에 자전소설인 ‘나목’이란 작품으로 등단했는데, 자신과 주변인의 삶을 고스란히 풀어낸 작품을 꾸준히 발표하며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하였고 한국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가 되었다.
이렇듯 ‘40’이라는 숫자는 누군가의 인생에 있어 큰 의미로 다가올 수 있다. 나 역시 회계 법인을 설립해 본격적으로 문화예술과 관련된 일을 시작한 것이 마흔 무렵이다.
공자는 마흔을 세상일에 의혹이 없어 이리저리 흔들리지 않는다 하여 ‘불혹(不惑)’이라 정의했다.
난 나이가 사십이면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에이브러햄 링컨 미국 대통령의 말을 더 자주 되뇌곤 했다.
아마도 이 말은 자신이 살아온 삶이 얼굴에 드러난다는 의미일 것이다. 마흔이 되었을 때, 나는 어떤 얼굴로 책임을 지며 살고 있는지 스스로 되돌아보았다.
그리고 내 인생을 이끄는 좌우명은 무엇이고 어떠한 삶의 태도를 가지고 살아야 할지 생각해보았다.
당시 누군가가 나의 좌우명을 물었다면 ‘뱉은 말에 책임을 지자’ 라고 답했을 것이다. 무심코 뱉은 말도 그 영향력이 크기에 자신의 말에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난 식사를 마치고 가게를 나설 때, 음식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음에 또 올게요.’라는 말을 절대로 하지 않았다.
상황에 따라 예의상 해야 하는 말이 있을지언정 내가 책임져야 하는 말은 허투루 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를 지키기 위해 상당히 노력해왔음을 자부할 수 있다.
1998년 예술단체의 임금설계와 관련한 연구를 맡아온 이후 20년 동안 예술계에서 강의와 자문, 컨설팅 등 꾸준히 활동할 수 있었던 것도 좌우명이 큰 역할을 했다.
새로운 좌우명도 있다. 바로 ‘맛없는 것을 먹고 배부르지 말자’이다. 엉뚱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맛있는 것을 먹기 위해서라면 조금의 수고로움과 마음의 여유, 시간의 할애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맛집을 찾으려면 수시로 정보를 수집해야 해야 하는데 이것도 꽤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맛있는 음식을 맛있게 먹기 위해서는 그 맛을 즐길 수 있는 여유 또한 있어야 한다.
삶을 대하는 태도 역시 조금 고생을 하고 시간이 들더라도 여유를 가져야 한다.
주 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되고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Work and Life Balance)’ 문화가 확산되면서 개인의 삶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따라 공연과 전시 등 문화예술의 소비시장도 활성화되었다.
개인적으로 일 년에 한두 번은 여행을 떠나고 한 달에 두세 번은 공연이나 전시를 보길 권한다.
이러한 시간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길, 그리고 나의 좌우명은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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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규 세종문화회관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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