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전설의 라이벌 최동원과 선동열. 그들은 맞수로 싸웠지만 인간적으로는 가까운 선후배였다.
사실은 우리의 여당과 야당도 라이벌이면서 함께 어울려온 사이다. 그래서 ‘적대적 공생관계’라는 얘기도 있다. 심지어 독재정권 때도 여야 의원들은 낮에 몸싸움을 벌였다가 밤에는 함께 술을 마시고는 했다. 하지만 정책 협의에서는 오랫동안 여야를
‘적과 동지’로 양분하는 프레임이 작용했다. 여당과 정부·청와대가 모이는 당정청 정책협의회나 여당과 정부가 함께하는 당정 회의는 자주 열렸다. 반면 정부와 야당이 따로 협의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시급한 현안이 있을 때 정부의 차관이나 실·국장들이 야당 지도부나 의원들을 만나 협력을 요청하는 게 고작이었다.
틀이 갖춰진 ‘야정(野政) 정책협의회’ 기록은 김대중 정부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대중 당시 대통령이 민주당 총재직에서 사퇴한 직후 “정부는 야당과의 관계도 신경을 쓰라”고 지시하자 제1야당인 한나라당도 호응했다.
이에 따라 2001년 11월21일 한나라당 당사에서 대기업 정책을 놓고 ‘야정 정책간담회’가 열렸다. 그날 진념 경제부총리와 김만제 한나라당 정책위의장 등이 참석했다.
노무현 정부는 야당에 ‘대연정’을 제의했으나 한나라당은 이를 거절했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2010년 10월1일 첫 야정 정책협의회가 개최됐다. 정부와 야당은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회의에서 서민 대책에 공감했으나 4대강 사업에서는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2013년 6월12일 국회에서 무상보육 예산과 원전안전 등을 주제로 야정 정책협의회가 열렸다. 당시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 등이 참석했다.
이어 2016년 7월13일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유일호 경제부총리 등이 ‘양극화와 저출산 해소를 위한 정책협의회’를 가졌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여야정 국정협의체가 구성됐으나 야정 협의회는 제대로 열리지 않고 있다.
자유한국당이 29일 개최한 산불 피해 후속조치 회의에 초청받은 6개 부처 차관이 아무도 참석하지 않았다. 불참 배경을 놓고 여러 뒷말이 나온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DJ정부 시절의 야정 간담회를 떠올리면서 “국회 정상화를 위해 차관들이 야정 협의에 참여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정부·여당과 야당이 서로 ‘적’처럼 대하면 민생이 큰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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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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