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에 도착했다. 안내자가, 여기 식당에서는 시키지도 않은 음식이 나오면 되돌려주어야 한다고 말해준다. 하지만 한 귀로 듣고 그리고 잊어버렸다. 리스본(Lisbon)에서 가까운 휴양지 에스토릴(Estoril)에 도착한다. 이때 지역 안내자가 설명한다. 자기가 잘 아는 식당에 가면, 시바스(Grilled Sea bass)가 나오는데, 하도 부드러워서 입안에 넣기만 하면 시바스가 슬슬 녹아버릴 정도라면서, 그 식당에 가서 먹으라고 추천해준다. 많은 관광객들이 그 식당에 들어간다.
배도 고프지 않았기에, 돈도 아낄 겸, 아내가 시바스 하나를 반반 둘로 나누어서 요리해달라고 시킨다. 반쪽짜리 시바스가 나온다. 카티즈(cottage)치스도 두 컵이 쟁반 위에 놓여있다. 올리브도 한 접시, 물도 두 병이 따라 나온다. 먹는다. 맛있다는 시바스는 팍팍해서 먹을 수가 없다. 지역 안내자의 입에 맛이 좋다고 해서 내 입에도 맛이 좋으리라고 믿었던 내가 잘못이었다. 안내자의 추천이라 설마 하고 시켰는데 크게 실망한다.
가격은 기대 이상으로 비싸다. 시바스 절반짜리 접시가 25유로, 두 개니까 50유로다. 물 한 병은 3유로, 두병이니까 6유로, 치스 두 개니까 6유로, 올리브 열매 한 접시는 3유로다. 65유로를 지불하란다. 여기에다 10% 팁까지 내란다. 아니, 올리브 열매도 내가 시킨 게 아니고, 치스도 내가 시킨 게 아니다. 안내자는, 시키지 않는 음식이 나오면 되돌려 보내라고, 첫날 설명해주지 않았느냐면서 발뺌을 한다.
여기 관광지 식당은, 관광객들은 다시는 오지 않을 테니까 마음 툭 놓고 봉을 잡아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있는 것 같다. 웨이터들도 친절치가 않다. 시키지도 않았던 음식을 갖다 놓고 그리고 돈을 받아먹고 있는 식당! ‘마피아’ 식당임에 틀림이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음식이란 자기가 아는 음식을 먹어야지. 식도락가도 아니면서, 괜히 그 나라 음식 맛본다고, 맛도 없는 음식을 시켜먹고, 70유로 점심 값을 지불하고 나니 은근히 화가 치민다. 더군다나 바로 앞에 있는 버거킹(Burgher King)에서는 때마침 세일이라 햄버거(Whopper) 두 개가 6유로이다.
나는 외국에 나가면 중국식당이나 패스트푸드 햄버거 식당에 들어가서 먹는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기에 마음 턱 놓고 먹을 수가 있어 좋다. 봉도 잡히지 않는다.
뉴욕의 한국식당은 푸짐하고 값도 싸다. 비빔밥이나 된장찌개 혹은 설렁탕 한 그릇시키면 무료 반찬이 대여섯 개가 줄줄이 나온다. 맛도 좋다. 뉴욕 한국식당에 비하면 포르투갈 식당은 분명히 마피아 식당임에 틀림없다. 포르투갈 식당에서 비싼 점심을 먹고 난 후, 뉴욕의 한국식당이 얼마나 좋은 식당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뉴욕의 한국식당은 정말 ‘천국식당’이다.
친구가, 맨하탄에도 시키지도 않은 음식을 갖다 놓고 비싸게 값을 매기는 식당이 있다고 말한다. 아마 포르투갈 사람들이 경영하는 식당일 것이라고 짐작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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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내/컬럼비아 의대 임상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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