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지연 변호사
어린 시절 나는 유독 독서를 싫어했다. 읽어야 하는 분량이 많은 과목들에 특히 취약했고, 수학과 미술을 제외한 과목들에는 관심이 없었다. 구제불능 취급을 받던 중 어쩌다 반항심리로 대학에 진학하게 되었지만 우등생과는 거리가 멀었고, 수필과 작문 관련 평점들은 줄곧 형편없었다.
첫 직장에 취직해서야 사전을 찾아가며 상용 서신을 쓰는 방법을 물어 배웠고, 남들 같으면 사회생활에 본격적으로 적응해가는 나이가 되어서야 진로에 대한 고민을 진지하게 하기 시작했다. 당장은 결정 못하겠다는 비논리적인 이유로, 마지못해 학업에 복귀하여 지독히도 싫어하던 책들에 묻혀 20대를 보냈다. 계획에 없던 좌절과 심적 방황 속에서 이상하게 끓어오르던 오기로 버텨내다 보니 어느 순간 변호사가 되어 새벽부터 눈이 아파오는 밤까지 방대한 양의 문서들을 검토하는 업무를 하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했다.
읽기를 꺼려하던 내가 다른 누군가를 위해 읽어주는 노동의 대가를 받으며 살게 된 것처럼, 집요한 의지에는 예상 밖의 결과가 따르곤 한다. 정성이 지극하면 하늘도 감동하여 해내지 못할 일이 없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나는 내 삶의 무용담들이 늘어날수록 사람과 사람 사이에 생기는 대인관계 속 문제들은 지금까지 겪어왔던 그 어떤 시험들보다 더 어렵다는 확신이 든다. 호감으로 시작되는 관계들도 본의 아니게 틀어지면서, 누군가를 원망하고 불신하고 상처받게 되는 건 비단 나 혼자만의 문제는 아니리라.
반드시 뿌린 만큼 거둬지지 않는다고 느껴질 수 있는 게 타인의 마음이다. 예측불허에 역설적인 것이 사람사이의 관계이다. 정서적으로 나를 힘들게 하는 누군가와의 관계를 포기하는 선택이 비록 나에게는 정답이라고 느껴질 수 있으나, 다른 누군가에겐 오답이라고 느껴질 수도 있다.
타인과의 불협화음 문제를 방관만 하기에는 삶이 고달파지기에 나는 싸우고, 화해하고, 각성하고, 타협하며 관계를 조정하기를 반복한다. 간혹 ‘내가 인내심을 가지고 진심을 다하면 상대방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변화할거야’라는 생각을 실행에 옮기기도 하며, 신뢰를 깬 누군가가 앞으로는 잘 하겠다고 듣기 좋은 빈말을 할 때면 눈감고 속아주기도 한다.
때로는 기대치를 줄여보기도 하고, 단점보다는 장점에만 집중하며 불편한 관계의 매듭이 완벽하게 풀어질 것이라는 최면을 스스로 걸어보기도 한다. 하지만 헌신하면 헌신짝 된다는 웃지 못할 농담처럼 모든 관계가 일방적인 노력으로 향상되지는 않는다.
인내심에 한계가 있는 한 인간으로서 소통이나 절충의 의지가 전혀 없는 타인과는 융화보다 포기가 현명한 선택이라고 느껴지는 순간들이 찾아오며, 영감과 동기부여는커녕 좌절과 굴욕만 안겨주는 타인을 향한 원망과 미움은 마치 마음속에 자라는 암세포같이 느껴지곤 한다.
과연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참아야 하며 언제 어떻게 결단력을 발휘해야 하는지 고민하며 살다보면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균형 유지가 중요함을 느끼게 된다. 모두에게 친절하되 그 친절이 남용되지 않도록 자신을 방어하여야 하는 순간들이 있듯이, 신뢰하되 현혹당해선 안되며 상대방을 이해하되 자신의 정체성과 삶의 의미를 잃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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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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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총 7건의 의견이 있습니다.
변호사님 힘내세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
때로는 주위의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면서 삶의 균형을 맞춰갑니다.
최선을 다 할때 다른 이들은 알아보고 믿고 친구로 이웃으로 경재적으로 맘적으로 안정된 좋은날로 매일을 보낼수있어 항상 즐겁지요. 건강을 빕니다.
더 좋은날은 지금부터
우둔하게 최선을 다하기보다 매사 즐기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