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녹두단백질 이용한 스크램블 요리, 진짜 계란 같은 식감 ‘저스트에그’ 빌 게이츠도 반해 투자···고속 성장
▶ 빨간 피맛·육즙 흐르는 채식 고기, 버거킹과 협업 ‘임파서블와퍼’ 등 출시, 밀레니얼세대 ‘필수품’ 아닌 ‘옵션’으로
실리콘밸리에서 개발된 채식제품은 임파서블푸드의 채식고기로 만든 ‘임파서블버거’와 저스트의 계란샌드위치, 우유 없는 아이스크림까지 다양하다.
지난 5월 16일 저스트(JUST)사의 연구실에서 조시 하이먼 제품개발매니저가 식물성계란‘저스트에그’를 이용해 요리하고 있다.
“여기가 우리 회사의 계란이 만들어진 곳입니다.”
지난 5월 16일 오후 미국 샌프란시스코폴섬가에 있는 한 식품회사 연구실. 원료창고에 들어서자 300여개의 큼지막한 보관통이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계란 탄생지’라는 설명과 달리 닭은커녕 계란 한 알도 보이지 않았다. 대신에 직원인 우디 라지미가 보여준 것은 각종 콩과 녹두, 식물분말.
“우리가 개발한 저스트에그(JUST egg)에 들어가는 재료는 오직 식물성 단백질입니다. 진짜 계란과 똑같은 맛과 식감을 만들기 위해 65개국을 돌아다니며 1,000여가지 식물을 연구했죠.” ‘글로벌 식물 공급 담당자’라는, 낯선 직함을 가진 라지미가 그간의 노력을 자랑하듯이 설명했다.
‘식물성 계란’. 저스트(JUST)사는 과학적으로도 불가능해 보이는 이 계란을 발명한 푸드테크(foodtech) 스타트업이다. 저스트사가 닭 없는 달걀을 만들게 된 계기는 창업자 조시 테트릭(39)의 젊은 시절 경험 때문이다.
로스쿨을 갓 졸업한 20대 시절 아프리카로 자원봉사를 떠난 그는 굶주리는 아이들을 수없이 봤다.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단백질 공급원인 계란이 지저분한 공장식 양계장에서 살충제 덩어리로 생산되는 걸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테트릭은 변호사가 되길 포기하고 대신 2011년 저스트사의 전신인‘햄튼크릭’을 창업한다.
‘깨끗하고 안전한, 그리고 콜레스테롤 걱정 없는’ 계란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식물 전공도 아닌데다 빈털터리였던 테트릭의 무모한 도전은 2년 만에 성공했다. 테트릭은 생명공학자·식물학자·요리사 등 전문가들과 함께 지구상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식물 단백질을 연구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녹두단백질을 가열하면 계란과 가장 비슷한 식감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
녹두와 강황, 당근 등 10여개 식물의 단백질이 합쳐져 스크램블에그 등으로 조리할 수 있는 ‘저스트에그’가 탄생했다. 수천 가지 식물의 단백질 특성을 질감 맛 산성도 등 항목별로 분석해 데이터베이스를 만든 뒤 성분 분석을 한 결과다.
저스트에그가 계란의 모양을 흉내낸 정도의 제품이었다면 그저 신기한 발명품 정도에 그쳤을 것이다. 하지만 저스트는 유명 요리사들을 스카우트해 ‘진짜 맛있는 계란’을 만드는 일에 진력했다.“멋진 인테리어에 명품 식기, 건강한 식재료를 사용하는 레스토랑일지라도 음식이 맛없으면 망하니까요.” 요리사 출신인 조시 하이먼 제품개발매니저의 설명이다. 그가 저스트에그에 버섯과 야채를 곁들여 뚝딱 만들어준 스크램블에그를 입에 넣자마자 ‘우와’하는 탄성이 절로 나왔다. 평소 스크램블에그를 즐겨 먹는 기자의 입맛에도 진짜 계란과 차이가 없었다.
3만7,000달러(약 4,300만원)로 시작한 저스트사가 현재까지 이끌어낸 투자는 2억2,000만달러(약 2,600억원)에 이른다. 저스트에그는 이제 북미는 물론 유럽^아시아 진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한국의 계란 유통업체인 가농바이오와 제휴해 한국 진출을 선언했다.
지난해 말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이렇게 대담한 전망을 할 수 있었던 데는 실리콘밸리에서 등장한 각종 육식대체 상품의 역할이 컸다. 저스트에그는 물론이요, 겉은 영락없는 함박스테이크나 소시지이지만 동물의 피 한 방울도 안 섞인 식물성 고기가 이미 실험실을 나와 마트와 음식점에서 팔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비거노믹스’는 밀레니얼세대(Millennials·1981~1996년생)가 주도하고 있다는 것이 이코노미스트의 설명이다. 두꺼운 햄버거를 즐기는 것에 만족하던 기성세대와 달리, 햄버거 패티 한 장을 생산하는 데 발생하는 탄소 발자국부터 동물의 고통, 건강까지 걱정하는 청년세대가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 간다는 것이다.
올해 5월 2일 채식고기 스타트업 비욘드미트의 나스닥 상장은 채식 열풍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2009년 창업한 비욘드미트는 콩단백 등 다양한 식물성 단백질을 이용해 식물성 햄버거 패티와 소시지를 만든 기업. 역시 유명인들에게 꽤나 사랑을 받긴 했지만 올해 기업공개 직전까지도 현지 언론의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상장 당일 1주 25달러였던 주식은 하루 만에 163% 폭등해 현재 160달러대를 유지하고 있다. 불과 2주 뒤 전세계의 관심을 받으며 기업 공개를 한 우버의 주식이 상장 하루 만에 8% 하락해 여전히 공모가(45달러)를 뛰어넘지 못한 것과 비교하면 ‘대박’을 터트린 셈이다.
성공의 비결은 채식고기가 단지 채식주의자의 ‘필수품’이 아니라 모든 소비자를위한 ‘옵션’이라는 데 있다. 시장조사업체 민텔에 따르면 2017년 미국 밀레니얼세대 10명 중 8명은 채식고기를 소비했다. 유통업체 크로거사 역시 지난해 상반기 비욘드미트 구매자의 93%가 ‘진짜 고기’도 샀다고 분석했다.
물론 채식고기가‘진짜’처럼 맛있지 않았다면 아무도 이 ‘가짜’에 지갑을 열지 않았을 것이다. 기업들이 사활을 거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무기는‘과학기술’이다. 비욘드미트의 경쟁사인 임파서블푸드는 고기 특유의 ‘피맛’을 내기 위해 혈액 속 헤모글로빈에 집중했다. 연구를 통해 식물에서 헤모글로빈 단백질을 추출하는 방법을 찾아냈고 실제 빨간 육즙이 흐르는 채식고기를 시중에 출시한 것이다. 이들이 버거킹과 함께 만든 ‘임파서블와퍼’는 지난 5월부터 미국 일부 지역에서 판매 중이다.
임파서블푸드 측은 “밀레니얼세대 소비자들이 자기 자신은 물론 자녀들을 위한 식재료로 우리의 제품을 선택하고 있다”며 자사의 미래 가능성을 확신했다. 더구나 1996년 이후 출생한 Z세대 역시 기후변화를 막자며 등교거부 시위까지 할 정도로 환경에 관심 많은 세대이지 않은가. ‘지속가능성보고서’까지 펴내며 환경친화적 생산공정을 홍보하는 임파서블푸드가 성공을 자신하는 이유다.
글로벌시장조사기업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10년 12억달러였던 대체 육류시장 규모는 2016년 18억달러로 성장했고, 2020년엔 3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
샌프란시스코=신혜정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총 2건의 의견이 있습니다.
영향 분석적으로는 보면 큰 차이가 없는걸 볼수있지만, 건강상으로 많이 생각한다면 돈 많은 이들이 좋아할것 같드군요, 서민들 에겐 역시 진짜 고기가 최고 현재로썬...
BEYOND MEAT 라는 채식고기를 먹어보니 아직 진짜고기만은 못하지만 아주 못먹을 정도는 아니더만. 계속 맛이 향상되리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