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녀와 야수’에서 똑똑하고 아름다운 여인과 마법에 걸려 야수가 된 왕자의 황홀한 사랑 이야기는 어떻게 가능했을까.
행방불명된 아버지를 찾아 폐허가 된 성에 도착한 미녀는 저주에 걸린 야수를 만난다.
아버지 대신 성에 갇히게 된 미녀는 야수를 비롯한 성 안의 모든 이들이 장미의 마지막 꽃잎이 떨어지기 전에 저주를 풀지 못하면 인간으로 돌아올 수 없는 운명임을 알게 된다.
성에서 도망치려던 미녀는 위험한 상황에서 자신을 지켜준 야수의 진심을 알게 되면서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2017년 개봉한 영화에서 여주인공 역할을 맡은 에마 왓슨은 인터뷰에서 “처음에 정말 고민했던 게 있는데 바로 스톡홀름 증후군 문제”라고 말했다.
스톡홀름 증후군은 극한 상황에서 인질이 인질범에 동화돼 경찰보다는 범인의 편을 드는 비합리적 현상을 뜻한다. 1973년 8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벌어진 은행 강도 사건에서 유래했다.
6일 동안 인질로 잡혔던 은행 직원들은 사건이 마무리되자 오히려 범인들에게 유리한 증언을 하기도 했다.
이를 지켜본 스웨덴의 범죄심리학자인 닐스 베예로트는 스톡홀름 증후군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1974년 2월 미국의 신문 재벌 허스트 가(家) 상속녀 퍼트리샤 허스트(당시 19세)가 과격 좌파인 ‘공생해방군’에 납치됐다.
두 달 뒤 그는 납치범의 샌프란시스코 은행 습격에 적극 가담했다. 당시 CCTV에 그가 총을 들고 은행 직원들을 협박하는 모습이 생생히 찍히자 그의 부모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허스트 양의 재판 과정은 스톡홀름 증후군 용어가 일반에 알려지는 계기가 됐다. 이 현상의 반대말은 ‘리마 증후군’이다. 인질범이 포로나 인질 등 약자에게 갖는 동정심을 이르는 말이다. 1996년 12월 페루 리마에서 발생해 127일 동안 이어진 일본 대사관저 점거 인질 사건에서 유래된 용어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지난 28일 문재인 정부를 겨냥해 “북한을 대변해주는 안보 스톡홀름 증후군에 빠진 정권”이라고 공격했다.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도발에 대해 청와대가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은 것을 비판한 것이다.
여권에서는 이 발언에 대해 “과거 시대로 돌아가자는 것이냐”며 반박했다. 생존이 걸린 외교안보 정책을 심리 현상으로 단순화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또다시 도발하는 것을 막으려면 잘못했을 때 할 말은 분명히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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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덕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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