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화씨 90도가 넘는 펄펄 끓는 땡볕 속의 길가를 배회하며 하루를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가난에서 벗어나고 싶어 무작정 미국으로 밀입국한 라티노들이다. 열심히 일해서 먹고 살려고 노력해보지만 영주권이 없어 아무도 일거리를 주지 않는다. 그나마 운이 좋아 노역을 하는 경우에도 평균임금 이하의 일당으로 불과 몇 시간의 일자리일 뿐, 그날 번 돈으로 생필품을 사서 겨우 하루를 때운다. 일이 없는 날은 굶어야 한다. 굶지 않으려고 거리에서 구걸을 해서 얻은 푼돈으로 허기를 면한다.
이런 생활이 반복되다보니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게 되고, 절망에 빠져 술을 마시고 노숙자로 살아간다.
5년 전이었다. 노숙자 선교봉사활동 중 음식 배식을 끝내고 식탁을 정리하고 있는데 남루한 옷차림을 한 젊은 흑인 여인이 다가와 불쌍한 노숙자들을 도와줘서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20달러 지폐 한 장을 나의 손에 쥐어주었다. 봉사활동을 한 이후 처음으로 가슴이 뭉클해지도록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예수님의 사랑이 이 아름다운 여인을 통해 나에게 전해왔다.
감동에 빠져 감사하다는 말 한 마디도 못하고 물끄러미 그녀의 뒷모습만 쳐다 보고 있던 나에게 그녀가 뒤를 돌아보며 미소 띠고 “God bless you” 한 마디를 남기고 돌아섰다.
지난 5년 동안 1 주일에 한번 만나서 선물을 나누어 주고 서로 위로하며 지내온 가운데 유난히 정이 든 니카라과 출신의 21세의 칼로스라는 청년이 있었다. 칼로스는 금요일 아침 준비한 선물을 나의 승용차에 실고 멕시칸 식당 주차장에 도착하면, 테이블도 설치해주고, 길가에 있는 가게들 앞에 흩어져 배회하는 노숙자들을 불러 모았다.
노숙자들과 함께 기도할 때는 언제나 옆에 서서 나의 손을 꼭 잡고 주님께 간절히 기도하던 사람이었다. 3년 전 나는 그의 선한 심성이 좋아서 우리 집 잔디밭의 잔디를 정기적으로 깎고 있는 같은 니카라과 출신의 엘머에게 칼로스의 일자리를 부탁했다. 엘머는 그를 받아들였고, 칼로스는 엘머와 함께 열심히 일했다. 칼로스는 열심히 일해서 번 돈을 매월 그의 나라에 살고 있는 16세의 아내와 어린 딸에게 생활비로 보냈다.
지난 4월 엘머로부터 황급한 전화가 걸려왔다. 칼로스가 이민국의 단속에 걸려 볼티모어에 있는 구치소에 수감되었다고 했다. 엘머와 나는 그 다음 주 칼로스를 면회하러 갔다. 이민 경찰에게 간곡히 부탁을 했지만 면회는 허락되지 않았다. 변호사를 대동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엘머는 변호사 비용을 마련할만한 처지가 되지 못했다. 우리는 크게 낙담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트럼프 정부의 불법체류자 단속으로 인권의 사각지대에서 수많은 선량한 사람들이 처참하게 고통을 받고 있다. 이들 불법체류자 중에는 일을 하고 세금을 내는 선량한 사람들도 있다. 트럼프 정부는 미국 내의 궁핍한 처지에 놓인 불법체류자들이 병들어 굶어 죽어가지 않도록 인도적인 자선을 베풀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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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니얼 김 메릴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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