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판사 사명, 원칙·양심에 따라 갈등을 평화롭게 해결하는 것
▶ 계층이동 사다리 걷어차선 안돼, ‘금수저’ 법조인 증가에 우려도

김영란 전 대법관이 17일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열린 ‘판결과 정의’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창비]
■ 김영란 전 대법관 ‘판결과 정의’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판사의 사명은 원칙과 양심에 따라 갈등을 평화롭게 해결하는 것입니다. 우리 사회가 긍정적으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갈등이 심화하고 있는데 이를 중재하는 사회적 합의와 논의가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입니다.”
김영란(63) 전 대법관이 저자로 독자 앞에 섰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사법농단 이후 신뢰가 추락한 사법부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나름대로의 해법을 담은 책을 내놓으면서다. 김 전 대법관은 17일 서울 정동의 한 식당에서 ‘판결과 정의’ 출간기념 기자간담회를 열고 “재판부의 판결을 얘기할 때 따뜻한 판결과 차가운 판결은 기준이 될 수 없다”며 “당사자와 사회구성원을 최대한 설득할 수 있는 판결이 될 때 ‘좋은 판결’이라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초 여성 대법관이자 청탁방지법인 이른바 ‘김영란법’을 제정한 김 전 대법관은 사법농단 사태 이후 국민들의 신뢰를 잃어버린 사법부에 대해 “판결은 정해진 법률에 근거해 내리는 것이지만 갈수록 옳고 그름을 구분하기 어려워지고 있다”며 “그렇지만 국민 대다수가 수긍하고 재판 당사자가 공감하는 판결이 나올 수 있도록 사법부는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전 대법관은 취임 2주년을 앞둔 김명수 대법원장의 사법행정 개혁안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그는 “현직을 떠난 뒤 지금은 대법원 양형위원장을 맡고 있지만 사법부 개혁에 대해 말씀드릴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라고 말하면서도 “늘 그랬듯 국민들의 사랑과 존경을 받는 것이야말로 사법부가 앞으로 나가야 할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김 전 대법관은 사법시험 폐지 후 도입된 로스쿨제도로 인해 사법부에 ‘금수저’ 출신 판사가 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계층이동의 사다리를 걷어차서는 안 된다”며 “개천에서 용이 나오는 게 갈수록 어려워지는 사회는 발전이 없다는 데 동의한다”고 말했다.
앞서 김 전 대법관은 지난 2015년 대법관 재직 시절 판결한 내용을 다룬 ‘판결을 다시 생각한다’를 펴냈고 이번에 퇴임 이후 대법원 전원합의체 주요 판결을 모아 새로 책을 냈다. 현직에 있을 때 바라봤던 우리 사회의 갈등과 퇴임 후 한발 물러서 지켜본 모습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설명이다.
책에는 최근 대법원이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실형을 선고하면서 핵심 근거로 꼽은 ‘성인지 감수성’에 대한 이야기도 등장한다. 김 전 대법관은 “사법 선진국이라 불리는 미국도 최근에서야 성인지 감수성의 원칙이 도입되기 시작했다”며 “여성 판사가 여성에게 더 유리한 판결을 내릴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법관들도 처음부터 배운다는 자세로 성인지 감수성을 공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전 대법관은 “우리는 무엇이 정의로운지 알고 있지만 그것을 달성하기 위한 방법을 모를 뿐”이라며 “공정한 사회를 이루기 위해 사법부가 노력한다면 우리 사회는 정의라는 목적지를 향해 제대로 전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이지성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