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맨하탄 ATM서 김영근 교수 살해범
▶ 유족들 탄원서로 10년형에 그쳐 화제

고 김영근 교수
아들, “진심어린 사죄에 분노가 이해로”
지난해 맨하탄의 한 은행 현금인출기(ATM)에서 현금을 찾던 김영근(87·사진) 뉴욕시립대(CUNY) 리먼칼리지 교수의 머리를 가격해 숨지게 한 살해범<본보 2018년 5월19일자 A1면>이 김 교수 유족들의 용서로 징역 10년 형을 선고받는 데 그쳐 화제를 모으고 있다.
뉴욕주 맨하탄지법은 5일 김영근 교수 살해사건과 관련해 1급 살인과 1급 강도혐의로 기소된 매튜 리(52)에게 징역 10년형과 보호관찰 5년을 선고했다. 법원은 김씨의 유족들이 리의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낸 점을 양형에 참작했다고 밝혔다. 리는 주법에 따라 최소 징역 25년에서 최대 종신형을 선고 받을 수 있었다.
김 교수의 아들과 며느리는 지난 달 맨하탄검찰이 운영하는 ‘회복적 정의’(restorative justice)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로 동의하고 그동안 리 및 사회복지사 등과 만나 아픔을 치유하고 범행의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동안 리는 유족들에게 자신이 잘못을 고백하고 진심으로 용서를 구했다.
일반적으로 경범죄나 청소년을 대상으로 운영되는 회복적 정의 프로그램이 살인사건 케이스에서 운영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검찰은 리가 불우한 환경에서 자라온 점과 석방 후 재범 가능성이 매우 낮은 점 등을 고려해 프로그램 대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리에 대한 선고가 내려진 이날 법정에서는 김영근 교수의 아들과 며느리 등 유족들이 참석해 다시 한 번 리를 용서한다고 밝혔다.
김 교수의 아들 김진수씨는 “내가 얼마나 아플지는 선택할 수 없지만 내가 얼마나 당신을 미워할지는 선택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당신을 더 이상 미워하지 않기로 선택했다”며 “당신을 용서한다. 당신을 위해서 뿐 만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해서라도”라고 말했다. 김씨는 리가 이 사건 이전에 범죄를 저지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으며, 2013년과 2014년에 각각 아버지와 어머니를 모두 잃고 경제적으로 힘든 생활을 했다는 사실을 들으면서 분노가 점차 리에 대한 슬픔으로 바뀌게 됐다고 고백했다.
김진수씨는 “당신이 변호사를 통하지 않고 내게 직접 잘못을 고백하고 용서를 구했을 때 진심으로 기뻤고, 당신의 진심을 믿게 됐다”며 “당신의 진심어린 사죄가 내 안에 있던 분노를 당신을 점점 이해하도록 만들었다”고 밝혔다.
사이러스 벤스 맨하탄검사장은 “회복적 정의 프로그램에 대해 마음을 열고 참여해주고 또 리에게 동정심을 보여준 김 교수의 유족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이 프로그램이 김영근 박사를 되찾을 수는 없지만 유족이 위안과 치유를 받게 된 것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한편 리는 맨하탄 어퍼웨스트사이드의 브로드웨이 선상 시티뱅크 객장 내 ATM에서 현금을 인출하던 김 교수를 폭행한 후 현금 300달러를 빼앗아 달아났다가 체포됐다. 머리를 가격당해 뇌사상태에 빠졌던 김 교수는 맨하탄 마운트사이나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으나 나흘 만에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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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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