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영국이 역사적으로나 문화적, 정치적으로 특별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역사를 자세히 살펴보면 영국과 미국처럼 같은 언어를 쓰는 민족들은 사고방식, 가치관, 행동의 패턴, 그리고 세계관이 거의 비슷한 것을 발견하게 된다.
영국과 미국은 표면적으로 이해관계에 따라 서로 다른 외교적 행보를 보일 때가 있으나 근본적으로 지향하는 방향과 목표가 같거나 아주 비슷한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미국과 영국은 같은 렌즈를 통해 세상을 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지난 12일 영국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12월에 총선을 치렀다. 유럽연합(EU) 탈퇴를 최단 시일 내에 매듭짓겠다는 보리스 존슨 총리의 보수당이 노동당에 압승하여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는 기정사실이 되었다.
2016년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가 통과된 후 영국의 국론은 분열되었고, 3년이란 세월을 허송하며 이리저리 표류하는 동안 세 명의 총리가 바뀌었고, 정부에서 제출한 유럽연합 탈퇴 세칙법안은 모조리 의회에서 부결되었다. 산적한 민생법안도 이런 정치적 소용돌이 속에서 모두 실종되었다. 이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이번 선거의 결과였던 것이다.
영국 선거 결과가 확정된 다음날인 12월13일 나는 뉴욕타임스를 흩어보다가 로저 코헨이 쓴 칼럼을 읽게 됐다. ‘보리스 존슨과 다가오는 2020년 트럼프의 승리’(Boris Johnson and the Coming Trump Victory in 2020)라는 제목이 우선 자극적이었다. 코헨은 트럼프를 반대하는 진보이다. 그는 3년 동안이나 영국에서 벌어진 일들이 미국에서 지난 3년 동안 똑같이 일어난 상황을 내년에 있을 대통령 선거와 연계시켜 걱정하는 듯 했다.
지난 3년 동안 미국 의회도 트럼프를 끌어내리는 것에만 온통 신경을 썼지 민생을 위한 입법은 완전 실종된 것이 사실이다. 서로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선 20명 가까운 후보들이 젊은이들의 표를 의식해 극좌경의 사회주의 정책으로 민주당을 안에서 분열시키고, 여기에 더해 트럼프 대통령 탄핵이라는 극단적인 행로를 걷고 있다. 시간과 국민세금의 낭비가 지나치다는 느낌이다.
영국에서 일어난 일이 미국에서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 反面敎師(반면교사)라는 말이 생각난다. 他山之石(타산지석)이란 말도 머릿속에 맴돈다. 배울 것은 싫어도 배우고, 자신들을 의회에 선출한 국민들의 진정한 바람이 무엇인지 헤아리는 지혜가 있어야 한다. 그것이 너도 살고 나도 사는 상생의 원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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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갑헌 맨체스터 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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