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규군 압도하는 전투력으로 IS 격퇴 전공…정치권에도 영향력
미군의 폭격에 반발, 지난달 31일 바그다드 주재 미 대사관 공격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이라크 시아파 민병대(하시드 알사비·PMF·PMU)는 이라크의 국방과 치안을 담당하는 준군사조직이다.
정규군과는 다른 명령체계로 움직이지만 정부의 예산이 투입되고 계급도 정부가 인정하며 명목상 총사령관이 이라크 총리인 엄연한 공권력이라고 할 수 있다.
유력한 시아파 종교지도자의 비정규 사병(私兵) 조직에서 유래한 탓에 '민병대'라는 이름으로 불리지만 종교적으로 결속한 조직력과 다년간의 전투 경험으로 작전 수행능력이 뛰어나 이슬람국가(IS) 격퇴전에 중요한 축을 담당했다.
IS 사태 초기 지리멸렬했던 이라크 정규군을 대신해 IS의 확장을 막았다고도 할 수 있다.
미군의 지원 없이 2015년 3월 한 달간 이어진 티크리트 탈환작전에 이라크 정부가 동원한 병력 3만명 중 정규군은 1만명이고 나머지 2만명은 시아파 민병대였다.
2015년 5월 정규군이 라마디에서 IS에 대패하자 시아파 민병대의 지원을 요청한 일도 있었다.
여러 조직으로 흩어졌던 시아파 민병대는 2014년 초 IS의 세력이 이라크에 급속히 확산하자 그해 6월 이라크 시아파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알시스타니의 명령에 따라 '민중동원군'으로 주요 조직들이 일원화됐다.
PMF에는 수니파와 소수민족 병력도 포함됐지만 시아파가 절대다수다.
바드르여단, 카타이브 헤즈볼라, 아사이브 아흘 알하크(AAH) 등이 3대 민병대로 꼽히며 PMF의 전체 규모는 6만명에서 최대 1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2014년 6월 각 시아파 민병대의 지도자가 조직한 민중동원위원회라는 기구는 2015년 직속 기구로 편제됐다. IS 사태가 마무리된 뒤 2018년 3월 이라크 정부는 이 군사조직의 급여, 계급 등을 정규군과 동등하게 대우한다고 발표해 사실상 정규군으로 편입했다.
이들은 전투 현장에선 이라크 정규군과 공동 작전을 펴지만 직접 통제받지는 않는다. 이란 혁명수비대 정예군 쿠드스군,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에서 군사고문 자격으로 온 지휘관의 명령에 따라 작전을 수행하는 경우가 많다.
2015년 3월 티크리트 탈환작전에서 거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 사령관이 전장에 여러 차례 등장한 것이 그 예다. 시아파 민병대의 주요 무장조직의 지도자는 모두 이란과 밀접한 관계인 데다 일부는 이란 혁명수비대 대원 출신이기도 하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시아파 민병대에 무기와 작전, 군수를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공식적으로는 군사 고문으로만 역할한다고 주장한다.
미국이 시아파 민병대를 이란의 대리군이라고 부르며 이들의 공격을 이란의 군사 행동으로 단정하는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시아파 민병대는 사담 후세인 수니파 정권이 시아파를 탄압하면서 이에 대적하기 위해 조직된 곳도 있지만, 상당수가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뒤 강경 시아파 세력이 '반미 투쟁'을 전개하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지금도 이라크에서 가장 선명한 반미 세력이 시아파 민병대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IS 격퇴전에서 미군과 이란이 지원하는 시아파 민병대가 '공공의 적'인 IS를 격퇴하기 위해 공조한 장면은 아이러니다.
미군은 IS 격퇴전에서 시아파 민병대와 작전 구역을 엄격히 구분했고, 불가피할 때에는 지상군을 투입하지 않고 공습만 지원하기도 했다.
2015년 1월 동영상으로 공개된 카타이브-헤즈볼라의 행진 장면엔 M1A1 에이브럼스 탱크와 험비 등 미군 장비가 보이기도 했다. 이라크 정부에 미군이 지원한 무기와 장비가 흘러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10월 1일 시작한 반정부 시위에서 시아파 민병대가 시민을 공격했다는 이유로 조직의 실권자인 아부 마흐디 알무한디스 부사령관, 카이스 알키잘리 AAH 지도자 등 이 조직의 고위 인사를 제재 명단에 올렸다.
IS를 격퇴한 전공을 발판으로 시아파 민병대는 2018년 5월 총선에서 파타 동맹이라는 정파를 구성해 두 번째로 많은 의석을 차지해 총리 지명을 주도하고 이라크 정부의 친미 정책을 견제하는 등 정치권에서도 영향력이 상당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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