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너한테 한마디 해야겠다, 얘야. 행복해지는 것보다 불행해지는 편이 더 쉬운데, 난 그렇게 쉬운 길을 택하는 이들이 싫다. 난 불평꾼이 싫다! 행복한 사람이 되란 말이다, 제기랄! 행복해지기 위해 필요한 일을 하란 말이다!’
<안나 가발다 지음,‘35㎏짜리 희망덩어리’, 2004년 문학세계사 펴냄>
아침에 일어나 학교 갈 생각만 해도 ‘배 속에 딱딱한 공’이 생기는 아이가 있다.
이 증상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들, 꽤 있을 것이다. 아침에 눈 떴을 때 설렘과 기대와 함께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가슴이 답답하다 못해 배 속까지 꽉 막히는 기분.
프랑스 소설가 안나 가발다는 학교가 너무 싫어서 아침마다 배 속에 자꾸 공이 뭉치는 아이의 일상과 고민을 담은 소설을 썼다.
아이는 어딜 가나 골칫덩어리 취급을 받지만, 세상에 단 한 명 아이를 깊이 이해하고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점차 학교생활을 포기하다 퇴학까지 당한 아이에게 할아버지는 단 한 번 벌컥 화를 낸다.
“불행해지는 것은 행복해지는 것보다 쉽다. 얘야, 행복한 사람이 되라. 어렵더라도 기필코 행복한 사람이 되라”고 아이에게 소리친다. 그 후 아이는 자신이 진짜 원하던 학교에 지원서를 쓴다.
“세상을 사는 데 학교 성적이 다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인생에는 의욕이라는 것도 있습니다. 제가 그랑샹중학교에 가고 싶은 것은 그곳에서라면 행복하게 지낼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입니다. 저는 몸무게가 그리 많이 나가지 않습니다. 35㎏짜리 희망덩어리, 그게 바로 접니다.”
배 속의 공을 남 탓으로 돌리며 아침을 시작하면 나는 스스로도 불행하고 남도 불행하게 만드는 골칫덩어리가 되고, 행복해지기 위해 무엇 하나라도 시작한다면 나는 희망덩어리가 될 수 있다. 나는 당신의 몸무게나 나이 같은 수치는 궁금하지 않다. 당신이 얼마만큼 희망을 안고 있는지, 당신의 의욕이 얼마큼인지가 궁금할 뿐이다. 오늘 당신의 희망은 몇 킬로그램인가.
<
이연실 문학동네 편집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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