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할 능력이 있지만 ‘그냥 쉰다’는 구직포기자가 지난해 처음으로 200만명을 넘어섰다. 통계청은 19일 지난해 비경제활동인구 중 ‘그냥 쉰다’는 인구가 209만2,000명으로 전년보다 23만8,000명 늘었다고 발표했다. ‘그냥 쉰다’는 사람이 200만명을 넘어선 것은 관련 통계가 시작된 2003년 이후 처음이다. 이는 구직활동을 해봤자 좋은 일자리가 없어 포기한 사람이 많아졌다는 점에서 경제활동인구에 포함된 실업자 문제보다 더 안타까운 일이다.
특히 지난해 구직포기인구 증가율이 12.8%로 2011년(13.3%) 이후 8년 만에 가장 높았다는 사실은 심각성을 더한다. 밖으로는 미중 무역전쟁 등으로 수출이 크게 줄고 안으로는 최저임금 고속 인상, 주 52시간제 도입 등으로 기업이 고전하면서 고용도 악화한 것이다. 구직포기자가 늘면 경제활동인구가 줄어 잠재성장률이 떨어지고 성장둔화로 일자리가 다시 줄어드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구직포기가 청년층을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연령대별로 보면 20대의 지난해 구직포기 증가율이 17.3%로 가장 높은데다 해당 연령층의 구직포기 비중 역시 5.2%로 사상 처음으로 5%를 넘어섰다. 20대의 구직포기 비중은 30대의 2.8%나 40대의 2.7%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
사회에 첫발을 내딛고 결혼과 출산 등 힘찬 미래를 그릴 시기인데 구직을 포기했다는 것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접은 것이나 다름없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는 재정을 풀어 60대의 임시 일자리만 늘려놓고 고용시장의 양과 질이 개선됐다며 자화자찬 일색이다.
정부는 고용시장이 개선됐다는 희망고문에서 벗어나 하루빨리 민간 활력을 되살리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 기업이 투자를 늘리고 경제가 성장해야 좋은 일자리가 생겨나기 때문이다. 그러려면 규제부터 과감하게 풀고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는 등 기업 투자환경부터 개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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