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여성 작가 야마다 에이미는 뉴욕 출신 흑인 군인과 결혼한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자전적 연애 소설 ‘추잉껌’을 썼다.
이 소설에서 남녀 주인공은 껌을 나눠 씹으면서 달콤하고 알록달록한 사랑을 만들어간다. 향기로운 맛과 씹는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껌의 역사는 고대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대 그리스인은 유향나무에서 나오는 수지를 씹는 것을 즐겼다.
중미에 살던 마야족은 사포딜라나무에서 나오는 고무 같은 수액인 치클(chicle)을 씹는 것을 좋아했고 북미의 인디언은 가문비나무의 진액에 밀랍을 섞어 씹었다.
상업적으로 판매된 최초의 껌은 존 커티스가 1848년 미국 메인주의 가문비나무로 만든 천연 껌이다. 치클 소재의 껌은 사진가였던 미국의 토머스 애덤스가 만든 회사에서 1871년부터 제조됐다.
멕시코의 산타 아나 장군이 애덤스에게 치클을 소개한 게 계기가 됐다. 1891년 윌리엄 리글리 주니어가 설립한 ‘리글리’는 2008년까지 미국 최대의 추잉껌 회사였다가 다른 종합제과회사에 넘어갔다.
껌은 제1·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미군에 의해 유럽 등으로 널리 전파됐다. 1960년대부터는 천연 치클 대신에 합성고무로 된 껌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껌 하나의 가격은 아직도 저렴하지만 2017년 전 세계의 껌 시장 규모는 무려 287억달러로 원화로 33조원이 넘는다.
한국에서는 1956년 해태제과가 처음으로 풍선껌을 만들었다. 19일 별세한 신격호 롯데 명예회장은 일본으로 건너가 1947년 껌 사업에 뛰어들어 123층의 롯데월드타워를 가진 롯데그룹을 만들어냈다.
그는 한일수교 직후인 1967년에 한국 롯제제과를 설립해 껌과 음료·과자 등을 제조했다. 하지만 껌은 종종 부정적인 용어로도 쓰인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새로 수혈하는 ‘인재’들에 대해 “1회용 추잉껌”이라고 깎아내렸다.
4·15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영입하는 새 인물들이 이미지 조작을 위한 일회용 껌이 아니라 국민들의 정치적 피로감을 씻을 수 있는 달콤한 추잉껌이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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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덕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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