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접국 확산에도 한달 가까이 ‘국제적 비상사태’ 선포 안해
▶ 상황 보고서에도 위험 수준 잘못 표기…”단순 실수” 해명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 [AP=연합뉴스]
세계보건기구(WHO)가 30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인 '우한(武漢) 폐렴'에 대해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포했지만, 늑장 대응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12월 중국에서 처음 발병한 이후 태국과 일본, 한국 등 인접국으로 바이러스가 퍼지며 '국제적인 상황'으로 번지는 데도 WHO는 좀처럼 비상사태를 선포하지 않았다.
WHO는 첫 발병 보고 이후 거의 한 달이 흐른 후인 지난 22일에야 긴급 위원회를 처음 소집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전파력 등을 논의했지만, 이틀에 걸친 회의 끝에 아직 국제적인 비상사태를 선포할 단계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당시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WHO 사무총장은 "중국 내에서는 비상사태이지만, 국제적인 보건 비상사태는 아직 아니다"라며 선포를 유예했다.
긴급 위원회는 WHO 내 자문기구로, 국제적인 비상사태 선포 여부를 결정하는 최종 권한은 사무총장에게 있다.
WHO가 주저하는 동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여러 나라로 빠르게 확산했다.
베트남과 인도 등 아시아는 물론, 태평양을 건너 미국과 캐나다에서도 확진자가 발생했고, 프랑스와 독일, 핀란드 등 유럽에서도 감염자가 잇따라 보고됐다.
자고 일어나면 전 세계 확진자 수치의 앞자리가 바뀐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그 사이 사망자도 늘어나 중국에서만 170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1월에는 중국의 설인 춘제(春節)가 껴있어 수많은 인원이 국내·외로 이동할 것이 명약관화한 데도 국제 보건 정책을 이끄는 WHO는 이를 제한할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더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발원지인 우한시와 후베이(湖北)성 당국이 발생 초기 무사안일한 대처로 일관하다가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이 중국 내부에서도 나왔지만, WHO는 오히려 중국의 대응을 높이 평가하며 사태를 낙관하는 모습을 보였다.

[AP=연합뉴스]
에티오피아에서 보건 장관을 지내기도 한 게브레예수스 사무총장은 지난 28일 중국을 방문해 중국의 통제 능력을 믿는다면서 중국 정부가 취한 조치를 칭찬했다.
이튿날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발병에 대해 상세한 내용을 알고 있어 감명받았다"며 중국의 조처에 국제사회가 감사와 존경을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국가가 전세기 등을 동원해 자국민을 우한에서 철수시키는 것에 대해서는 WHO가 이 같은 조치를 주장하지는 않는다며 추가 감염 사례에 대해서는 각국 스스로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늑장 대처에 더해 우왕좌왕하는 모습도 도마 위에 올랐다.
WHO는 지난 21일부터 홈페이지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관련한 상황 보고서를 매일 올리고 있는데, 여기서도 '실수'가 발생했다.
23∼25일 올린 보고서에서 우한 폐렴의 글로벌 위험 수준을 '보통'(moderate)으로 표기했다가 26일 갑자기 이를 '높음'(high)으로 변경한 것이다.
WHO는 단순 오기를 바로 잡은 것이라고 부랴부랴 해명했지만, 일각에서는 애초에 WHO가 판단을 잘못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왼쪽부터 게브레예수스 WHO 사무총장,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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