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빈 국제공항에는 “구스타프 클림트의 ‘키스’를 보지 못했다면 빈을 떠나지 말라”는 문구가 걸려 있다.
구스타프 클림트는 19세기 말~20세기 초 오스트리아를 대표한 화가다. 그의 작품 ‘키스’를 보면 그가 왜 ‘황금의 화가’로 불리는지 알 수 있다. 키스는 1907년 작품으로 남성이 여성을 꼭 껴안고 키스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금박을 붙여 만든 남녀의 옷과 바닥의 꽃밭이 어우러져 더할 나위 없이 화려하다. 이 그림은 벨베데레 궁전이 소유해 전시한 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밖으로 나간 적이 없다. 진품 키스를 감상하고 싶다면 반드시 빈에 가야 하는 이유다.
그는 아르누보의 대표 화가로 정평이 나 있다. 아르누보는 새로운 예술이라는 뜻으로 1890~1910년 유럽과 미국 등에서 유행한 장식 양식이다. 식물의 넝쿨이나 줄기 등을 모티프로 삼아 다채로운 유동 곡선을 강조하며 삼각형·사각형 등 기하학적인 문양을 즐긴다. 여기까지의 설명은 이를테면 정사에 해당한다.
야사로 들어가면 그는 이제껏 가장 에로틱한 화가 중의 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그림도 그림이지만 그의 인생은 한마디로 에로틱했다. 그는 평생 결혼하지 않았다. 대신 ‘빈의 카사노바’로 불릴 만큼 여성 편력이 대단했다. 그는 그림의 모델이 된 여인과는 반드시 잠자리를 같이한 것으로 전해졌다. 클림트가 죽자 14명이나 되는 사생아가 친자임을 주장하며 유산 상속을 요구할 정도였다.
클림트의 작품 ‘여인의 초상화’ 도난 사건이 사실은 미술관 측의 자작극이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그림은 1997년 이탈리아의 리치 오디 미술관에서 도난당했다가 지난해 12월 미술관 외벽 구멍에서 23년 만에 발견됐다. 자작극 의혹이 제기된 것은 ‘클림트 전시회 성공을 위해 그림을 도난당했다가 다시 나타나도록 하면 어떨까’라는 미술관장의 일기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미술계에서는 이 그림이 6,000만~1억유로(773억~1,288억원)의 가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한다. 이 정도 가치가 자작극의 결과여서는 안 되겠다. 고인이 된 미술관장이 하늘에서 미소 짓고 있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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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석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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