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UNESCO)의 로고는 파르테논 신전을 형상화한 것이다. 이 신전이 유럽 문화의 원류인 고대 그리스 문화를 대표하는 유적임을 잘 보여준다. 파르테논 신전은 그리스의 수도 아테네 중심부 아크로폴리스 언덕에 웅장하면서도 슬픈 모습으로 서 있다. 신전은 이 도시의 수호여신 아테나를 위해 기원전 5세기에 지어졌다. 오랜 세월 이 신전은 교회, 회교 사원, 무기고 등으로 사용되면서 많은 손상을 입었다.
특히 조각품 훼손이 심각했다. 신전 외벽 4면에는 163m에 걸쳐 수백명의 인물과 말 모양의 조각들이 줄지어 부조 형태로 붙어 있었다.
영국은 1801년부터 10여년간 부조 전체 길이의 절반쯤에 해당하는 구간을 통째로 뜯어내 무려 253점에 이르는 조각품들을 런던으로 가져가 대영박물관에 전시했다. 당시 그리스는 오스만제국의 지배를 받고 있었는데 그 조각물들을 떼어내고 영국으로 이송하는 작업을 주도한 사람은 오스만제국 주재 영국대사인 토머스 엘긴이었다.
이런 연유로 파르테논 신전에서 약탈해간 조각품들을 통칭해 ‘엘긴 마블(Elgin Marbles)’이라고 한다. 당초 엘긴이 자신의 대저택을 장식하기 위해 조각품을 반출했으나 영국 정부가 1816년 엘긴 마블 매입을 결정했다.
당시 파르테논 신전 유물의 런던 이전을 반대했던 영국의 시인 바이런은 폐허가 된 신전을 방문한 뒤 ‘이것을 보고 울지 않는 자, 어리석어라. 너의 벽은 마멸되고, 허물어진 벽은 앗아져버렸다’는 시를 남겼다.
그리스는 1832년 독립한 뒤 줄기차게 엘긴 마블 반환을 요구해왔으나 영국의 답은 늘 “노(No)”였다. 그리스는 “불법적으로 가져간 유물을 돌려달라”고 주장한다. 반면 영국은 “합법적 절차로 유입된 것”이라며 반환을 거부한다.
그리스 총리는 지난해 “장기 대여 형식으로라도 엘긴 마블을 돌려달라”고 영국 정부에 간청했다. 최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계기로 엘긴 마블의 새 운명이 주목되고 있다. 영국과의 무역협상을 준비 중인 유럽연합(EU)의 협상문에 ‘영국이 불법적으로 약탈해간 문화재를 반환해야 한다’는 조항이 포함됐다고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가 보도했기 때문이다. 엘긴 마블은 과연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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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덕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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