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가 대세론을 타고 초반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그러나 얼마 후 이상 징후가 나타났다. 바닥을 맴돌던 뉴트 깅그리치 전 하원의장이 치고 올라왔다. 깅그리치는 사우스캐롤라이나에 이어 애리조나·콜로라도에서 롬니를 꺾는 파란을 일으켰다. 그 뒤에는 슈퍼 팩(특별정치활동위원회·Super PAC)이 있었다. 라스베이거스 카지노 거물이 슈퍼 팩을 통해 1,000만달러를 기부했고 자금난에 허덕이던 깅그리치 캠프는 이 실탄으로 롬니를 ‘디스’하는 광고전을 벌여 승기를 잡았던 것이다.
긴장한 롬니 진영이 전열을 정비해 결국 최종 후보가 됐지만 아찔한 순간이었다. 깅그리치 깜짝 돌풍을 뒷받침한 슈퍼 팩은 기업이나 노조 등 이익단체가 만드는 외곽후원조직이다. 자신들의 이익에 맞는 후보 지지를 위해 자금을 모금해 기부한다. 금액·사용처에 한도가 있는 일반 팩과는 달리 무제한인 게 특징이다. 다만 2002년 이후 제한이 있었던 적이 있다. 공화당 존 매케인, 민주당 러셀 파인골드 의원이 정경유착을 이유로 ‘선거자금 개혁법’을 만들어 무제한적 정치헌금을 금지했다.
하지만 2010년 대법원이 이 법의 위헌 판결을 내리면서 다시 날개를 달았다. 지금 미국 정치자금의 3분의1 정도가 슈퍼 팩으로 유입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상위 기부자 300여명이 전체 모금액의 절반을 차지하는데 그중 거액은 석유재벌이나 헤지펀드, 부동산 거부 등으로부터 나온다. 자금에 목마른 정치인 대다수가 슈퍼 팩의 유혹을 받아들이지만 버니 샌더스 민주당 상원의원 등 일부는 거리를 두는 편이다. 특히 샌더스는 2015년 대선 경선 당시 슈퍼 팩을 만들자는 참모에게 ‘그만 둬’라고 호통까지 쳤다. 그런 그도 간호사노조 지원은 거절하지 못했다.
올해 대선 레이스에 뛰어든 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 상원의원도 슈퍼 팩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고 한다. 다른 후보의 금권 선거를 비난하더니 자금이 필요해지자 최근 슈퍼 팩에 손을 벌렸다는 소식이다. 어느 나라나 돈 없이 정치하기는 참 힘든 것 같다.
<임석훈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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