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아침이면 뉴스부터 보는 게 습관이 되어버렸다. 얼마 전 그날도 불안한 마음으로 뉴스를 보고 있는데 딸한테 전화가 왔다. 가끔 일하기 전 커피전문점에서 ‘드라이브 스루’로 커피를 사곤 했는데 그날은 주문하고 기다리다 요즘 차를 타고 코로나바이러스 검사를 하는 장면이 떠올랐다 한다. 지금도 많은 사람이 불안에 떨며 차 안에서 검사를 하고 있을 생각에 마음이 울컥했다 한다.
프랑스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되어 산소공급을 받던 할아버지가 비싼 의료 계산서를 보며 눈물을 흘렸다. 그 이유는 오랜 세월 동안 자연이 주는 산소를 마시며 살아왔는데 그 동안 하루하루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지 못한 것을 반성했다고 한다. 이런 기사가 생각나 당연한 듯 해왔던 일과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달았다는 딸의 얘기이다.
계산하며 뒤차 사람들 것까지 지불하고 왔다며 지금 모두 불안에 떨고 있는데 작은 성의가 그 사람한테 조금이라도 커피의 따뜻함이 전해지기를 바란다고 했다. 집에 돌아가 어려운 이웃을 위해 손 세정제와 마스크를 보냈다는 말에 “앞으로 오래 갈 것 같은데 가지고 있지!” 했더니 딸은 “두 아이를 키우기에 그전부터 항상 여유 있게 사다 놓았다. 지금 꼭 필요한 사람한테 보내야 한다”는 말에 나도 모르게 부끄러움을 느꼈다.
이젠 데이케어도 문을 닫아서 집에서 일하며 두 아이를 키우는 딸이 불안에 떠는 엄마보다 지혜롭다. 같이 사는 둘째 딸은 아침에 지나가는 말로 “샌드위치 싸려면 양배추가 필요한데” 했더니 엄마가 나가지 못하게 하려고 슬그머니 나가서 전화를 했다. “엄마 나 그로서리 가게에 왔는데 뭐 필요해?” 물어본다.
딸들이 어느덧 어른이 되어 누군가를 배려하는 마음이 성숙해졌음에 미소와 함께 감사했다.
그 동안 집에만 있으니 소화가 안 된다고 투덜거렸었다. 이제는 나 또한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하다 작은 도움이라도 주기 위해 마스크를 만들기로 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공포의 계절 속에서도 어김없이 봄은 오고, 꽃이 피듯 많은 곳에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음식을 배달해주는 사람들한테 고마운 마음이다.
한 땀 한 땀 정성 들여 마스크를 만들며 따뜻한 온정이 온 세상에 퍼져 하루빨리 이 힘든 시기가 지나가기를 간절히 바란다.
<고영희 / 포토맥 문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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