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명조(共命鳥)는 아미타경(阿彌陀經), 잡보장경(雜寶藏經) 등 여러 불교경전에 등장하는 히말 라야 설산에 살고 있다고 전해오 는 하나의 몸에 두 머리를 가진 새의 이름이다.
목숨(命)을 공유(共)하는 새 (鳥)라는 뜻을 가진 공명조는 몸 은 하나지만 생각하는 머리가 둘이므로 잠을 자는 시간도 음 식을 먹는 입도 달랐다. 하루는 한쪽 머리가 자고 있는 사이에 다른 머리가 맛있는 음식을 먹었 다. 막 잠에서 깨어난 다른 한 머 리는 혼자서 맛있는 음식을 먹 고 있는 다른 머리에 미운 마음 을 갖고 그를 죽일 생각으로 독 이 든 열매를 몰래 먹었다. 결국 몸에 독이 퍼져 두 머리 모두 죽 게 되었다. 공명조의 설화는 어 느 한쪽이 사라지면 자신 만이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만 결국 공멸하게 된다는 `운명 공동체'라는 교훈을 주고 있다.
부처님께서 이 어리석은 새를 비유의 대상으로 선택한 까닭은 인간 사이에 생겨나는 많은 불 필요하고 불합리한 감정의 대립 이 결국 인류를 공멸에 이르게 하는 것임을 깨닫게 하기 위해서 였을 것이다.
‘코로나19’는 기존의 감염병과 달리 단시간 내 지구를 점령하 고 말았다. 마치 SF영화에서 외 계인이 지구를 침공한 것과 같 이 ‘코로나19’와의 싸움은 지구 전체가 연대하여 대응해야 하는 지구행성의 전쟁이 되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미국은 ‘코 로나19’로 인한 병고(病苦)와 더 불어 생활고(生活苦)에 지쳐있는 와중에 인종차별이라는 또 다 른 전염병에 고통 받고 있다. 조 지 클루니의 말처럼 우리는 지 난 400년간이나 '인종차별의 백 신'을 아직도 찾지 못했다.
우리는 이런 비상시국에 지도 자의 리더십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끼고 있다. 적어도 감염병 같 은 위기상황에서는 정치지도자 가 전문가의 의견을 무시하고 정 치적 야욕으로 포퓰리즘에 빠진 결정을 하는 경우 국가와 국민 을 불행하게 만들 수도 있다는 사실이 여러 나라에서 증명되고 있다. 이번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 국가들은 의도하지 않았지 만 일제고사를 치른 셈이 되었 다. 각국의 기본 체력과 실력이 모두 여실하게 드러났고 문제점 도 노출되었다.
우선 신자유주의가 그것이다. 시장주의와 경쟁논리로 지구를 휩쓸었던 세계화는 자본편중으 로 빈부격차를 심화시켰고 이로 인해 사회적 기반시설이 약화되 고 공공의료제도는 붕괴되어 국 가적인 보건 위기가 닥쳐도 가 난한 사람은 치료를 받지 못하 는 절망적인 상황을 만들어 버 렸다. 인류의 생명마저도 돈벌이 의 기회로 보는 착취적 자본주 의는 우리가 바라던 자본주의는 아닌 것이 분명하다.
또 ‘국가란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하는 기회가 되었다. 국민들 에게 최소한의 안전도 제공하지 못하고 시민을 보호하지 못하는 나라가 제대로 된 국가이냐고 묻 게 되었다.
이제 우리는 각자도생의 길로 나서고 있다. 세계화에서 자국 우선주의로 선회해 국경의 문을 닫아걸고 각자의 살길을 찾아 나선 것이다. 하지만 우리 인류 는 공명조처럼 지구라는 한 배 를 같이 탄 운명공동체이다. 결코 나 혼자, 내 민족, 내 나라만 안전할 수 없다는 이야기이다.
세계 최강국인 미국이 추구 하는 자유와 정의에 대해 다시 금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그 리스 신화속의 정의의 여신 아 스트라이어(Astraea)는 선입견을 버리겠다는 뜻으로 눈을 헝겊으 로 가리고 있다. 또한 손에는 공 평하고 정의롭게 하겠다는 의미 로 저울을 들고 있다.
역사는 반복된다는 사실을 우 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모든 제 국의 성립은 포용과 개방성에서 시작되었고, 모든 제국의 몰락은 소수 기득권 지배층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분열과 사회의 폐쇄성에서 시작된다. 미국이 역 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간 로마제 국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선 이 나라의 정의를 바로 세우고 전 세계와 연대해 오늘의 어려움 을 극복해 나가야 할 것이다.
<
광전 스님 (SF여래사 주지)>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