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칠월, 소서(小暑)와 대 서(大暑)의 절기 및 초복(初伏)과 중복(中伏)의 무더위가 다가오는, 피서(避暑)와 납량(納涼)의 계절 입니다. 지구촌 여기저기에서 이 미 천만 명에 육박하는 감염자 수와 수십 만 명의 사망자를 낸 코로나-19 전염병이 아직도 기승 을 부리고 있는데, 겨울 추위 속 에 시작된 것이고 감기와 비슷한 속성이 있어서, 여름 더위 때는 자연히 사라질 것으로 예상했던 일부 인사들의 예상과 기대도 허 사가 되어 아쉬운 상황입니다. 통상 여름이 되면 대부분의 학교 에서는 방학을 하고, 크고 작은 일터에서도 휴가를 실시해, 수많 은 사람들이 피서와 낭만의 여 행을 떠나고, 일상을 벗어나 탐 험과 견문을 넓히며 경험을 키우 는 특별한 계절이었는데, 올해의 경우는 예년과 달리 여행과 이 동 및 접촉과 만남이 꺼려지고 불편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 니다. 각자의 처지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두루 몸과 마음이 함께 무더위에 시달리게 될 분위 기 속에서, 어떻게 시원함을 들 이고 활기를 유지하며 단련과 성 숙의 기회로 삼느냐 하는 문제는 누구나 인생길에서 만나고 풀어 나가야 할 피할 수 없는 것인 줄 압니다.
햇볕이 뜨겁고 긴 시절, 실내 에 머물며 에어컨 등으로 피서 하는 이들은 별문제가 없을지 모 르겠지만, 옥외 뜰과 들에서 일 하는 이들에겐 그 볕을 가려주 고 머물 수 있게 그늘을 제공해 주는 나무와 숲이 새삼 고맙게 느껴지는 때입니다. 물론 추운 겨울에서야 따뜻한 햇볕이 저절 로 아쉽고 그리워, 그늘을 피해 양지로 나가기를 추구하겠지만, 그 반대로 더운 여름에는 뜨거 운 햇볕을 피해 음지를 찾아 드 는 것은 본능적이고 자연스러운 대응 현상이라고 할 수 있겠지 요. 보통 햇빛을 낯과 밝음 및 지 혜와 정의로, 그늘을 밤이나 어 두움 및 어리석음과 적폐로 치부 하며, 편협한 흑백논리와 양극화 로 상징하여 한쪽은 긍정적 다 른 쪽은 부정적으로 천박하게 단순화하여 보는 경우도 있지만, 우리는 항상 어떤 언어와 문자 의 개념 및 사용 상황과 문맥도 살피고 그 메시지를 이해하여야 할 줄 압니다. 이제 그늘에 대한 단상의 일례를 나누어 보고자 합니다. 일반적으로 그늘은 자연 환경과 물리적 측면에서 보는 경 우와, 그와 대조되는 인문적이고 정신적인 그늘도 되새겨 집니다. 예로부터 훌륭한 위인(偉人)들은 그분들의 생애와 업적, 인격과 도 덕, 사상과 영향 등이 기려지고, 치하와 감사 및 존중을 받고 있 습니다. 그분들의 물심양면에 걸 친 유산과 영향을 뒷사람들이 누리면서, 그를 조상 또는 선인 의 음덕(蔭德)으로 일컫습니다. 즉 그 위인들의 인격과 공덕을 큰 나무와 수풀의 그늘처럼 여기 고, 여리고 약한 생명들이 살아 가며 겪는 인생의 폭염과 비바 람 등등의 여러 가지 어려움과 괴로움을 피해 그 아래에 찾아 들어서 머물 수 있는 곳 즉, 피난 처나 귀의처로 생각하는 것입니 다. 우리도 평화의 나무를 심고 자비의 나무가 되어 누리의 숲으 로 커가며, 사람은 물론 새들도 깃드는 평안한 쉼터가 되기를 서 원합시다. 음덕은 들어나지 않게 작용하여, 조용하고 은은하게 사 무치는 것이 마치 어두운 밤의 달빛처럼 보입니다. 바라보아도 눈부시지 않으면서도 주위와 마 음까지 밝게 비추어 주는 달과 같은 존재, 아기를 보살피는 어머 니의 사랑과 자비 같이, 아무리 주고도 그 티를 냄이 없이 큰 것 입니다.
불교인들 특히 선종에서 “세 존이십년유음(世尊二十年遺蔭)” 이란 구절이 전해 옵니다. 이는 석존께서 여든 살에 입멸하심이 중생들의 박복을 염려하여 백세 까지 사실 수 있음에도 이십 년 간 더 누리실 복을 후예들에게 남겨 주셨음을 가리키는데, 각자 의 안전과 행복을 느끼면서 그 음덕에 감사하며 후대에 전승하 자는 것입니다. 여러분 모두 나 름대로, 위인들의 그늘에서 무더 위 번뇌를 쉬고 시원함을 누리시 며, 건강하고 멋진 여름이 되시 기를 빕니다.
<진월 스님 (리버모어 고성선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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