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1월4일, 오바마가 대통령 되던 날 저녁, 직장동료의 남친이 시티 칼리지 보드에 출마하게 되어 선거파티에 참석했다. 해피아워로 떠들썩한 분위기로 술렁이는 샌프란시스코 다운타운에 멋모르고 팔레스 호텔에 처음 발을 디뎠다. 수많은 호텔 로비를 방문해봤지만 유난히 무게 있고 중후한 기운이 몰려왔다. 대리석으로 도배를 한 인테리어가 고풍스럽고 왠지 모르게 거만한 기세다.
그 호텔의 스위트룸에서 한 50명 정도가 떠들썩하게 TV 앞에 모여서 술을 마시며 당선 발표가 날 때마다 고함과 환호를 했다 그날 밤, 그 활기찼던 분위기를 잊을 수가 없다. 유난히 힘들고 지친 날이었는데 마치 세상을 정복할 수 있을 것 같은 기운을 받았다고나 할까. 조금씩 진보적으로 바뀌는 내 정치편력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작년의 일이다. 추석 행사로 바쁘게 수많은 미국 한인동포들과 이야기를 하다가 바로 그 팔레스 호텔에 얽힌 어마어마한 역사를 알게 되었다. 1883년 9월2일, 8명의 사절단(Bobingsa 8)이 조선의 마지막 황제 고종의 명을 받고 배를 타고 태평양을 건너 금문교 아래를 지나서 샌프란시스코 다운타운에 있는 세계에서 가장 크고 호화로운 팰리스 호텔에 머물렀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처음 공식적으로 미국 땅을 밟은 사람들로 추정된다.
그 당시 SF 상공회의소는 보빙사 일행을 위해 300여명의 상인을 초청하여 환영 연회를 열어 준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이 8명은 언어가 거의 통하지 않았을 텐데 화려한 한복 옷차림으로 당당히 파티장에 나타나 거침없이 소통하며 하객들과 어울린 것으로 기록되어있다.
보빙사 일행은 박람회, 병원, 소방서 등 여러 공공기관을 시찰한 뒤 동부에서 미국 대통령까지 만나고 한국에 돌아가 그들이 본 신세계의 신기하고 귀한 기계화와 산업화를 한국에 소개했다. 그들은 그 옛날에 미국에서 환영받았고 또 아주 열정적으로 무역에 대해서 미국인들과 아이디어도 주고받았다.
먼 나라에서 온 이상한 옷차림도 언어도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던 그 당시의 진보적인 샌프란시스코 상인들을 상상해본다. 전 세계가 전쟁으로 휘말려 들어가기 전에 아름다웠던 우리 우호관계를 생각하며 타임머신을 타고 그 시대로 가서 이쁜 드레스를 입고 바로 그 환영 연회에 한번 참석해보고 싶은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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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렌 홍 에스닉미디어 대외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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