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버지 부시’와 ‘찰칵’하신 그리운 엄마

1991년 여름 부시 대통령 부부의 모형 사진 앞에서 나(오른쪽)와 친정엄마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1991년 여름으로 기억한다. 지금 와서 이 빛바랜 사진을 보니 진짜 부시 대통령 부부와 정답게 찍은 사진이라 해도 믿겠다. 한국에서 처음 미국 나들이를 왔던 친정엄마는 파란 눈의 사위가 맵고 냄새나는 김치나 육개장을 덥석 덥석 먹어대고, 한국 뉴스가 TV에 나올라치면 나보다도 더 정성들여 귀 기울이는 것을 보며 “너야말로 민간 외교관이구나”하면서 감격해했다. 그런 엄마가 워싱턴에서 제일 가보시고 싶은 곳이 백악관이라고 해서 같이 둘러보고 나오는 길이었다. 그날따라 워싱턴 DC의 청명한 하늘이 어찌나 한국의 시골 하늘과 닮아 있던지 주위 경치를 만끽하며 엄마의 손을 꼭 잡고 걷던 중 백악관 바로 앞에서 그 당시 대통령이셨던 부시 대통령 부부의 모형 사진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서 파는 행상인의 끈덕진 요청에 킥킥 웃어대며 재미로 한 장 찍었다. 그런데 이 사진이 엄마의 안방에 귀하게 액자에 넣어져 늘 자랑스러워하셨다고 나중에 친정 식구들이 귀띔을 해 주었다.
근 30년이 흐른 그 빛바랜 엄마의 사진을 보며 그리움에 목줄이 아파옴에 지금도 여전히 내 몸속에 흐르고 있는 엄마의 피, 한국인의 피로 내가 과연 얼마만큼 민간 외교관 일을 이바지해냈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단아한 한복이 늘 잘 어울리셨던 엄마가 오늘따라 유난히 그립고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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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아 / 포토맥폴스,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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