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비드 상황이 악화가 되면서 캘리포니아 대부분의 지역은 다시금 락다운이 되었다. 예상치 못했던 팬데믹으로 올 한해가 전반적으로 힘들었지만, 다시금 락다운이 된다 하니 그 편치 못했던 마음에 무거운 돌 하나가 더 얹어진 듯 한층 더 답답하고 기운이 빠진다. 추적추적 내리는 겨울비에 기분이 더 가라앉는 듯하다.
기분 전환을 위해 치즈 피자 맛이 끝내주는 단골 가게에 주문을 넣었다. 딱히 외출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니 피자 픽업을 가는 멀지 않은 여정에 온 가족이 동행했다. 네 살이 된 첫째 아들은 요즘 부쩍 질문이 많다. 막 비가 그치고, 먹구름 가득한 하늘을 한참 보는가 싶더니 “엄마, 오늘은 왜 하늘이 안보여?” 묻는다. 나는 자연스럽게 “구름이 하늘을 다 가려버려서 오늘은 하늘이 안보이네” 대답했다. 그 대답을 하는 순간, 구름도 하늘의 한 부분이 아닌가? 구름이 하늘을 다 가렸다는 표현을 들으면 구름이 섭섭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어릴 때부터 연한 파란색을 ‘하늘색’이라고 하다 보니, 파란 하늘만 하늘이라는 편견을 은연 중에 가지게 된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중, 아들의 질문이 이어진다. “이런 걸 날씨가 안좋다고 하는 거야?” 고개를 끄덕이며 맞다고 대답해주고, 우리 아들이 언제 그런 표현까지 알게 되었나 생각하는 순간 또다시 꼬리를 무는 생각들. 왜 흐리거나 비가 오는 날은 ‘안좋은’ 날씨고,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날은 ‘좋은’ 날씨라고 하는 걸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맑은 날을 선호하는 것은 맞는 것 같지만, 가끔은 흐리고 비가 오는 날이 너무 좋을 때도 있는데 말이다. 실제로 동부에서 오래 살다가 산호세로 이사 온 한 지인은 매일매일이 맑고 파란 날씨에 본인의 기분이 따라가지 못해 오히려 더 우울해지는 것 같다며 동부의 날씨를 그리워했던 기억이 난다.
비슷한 맥락에서 우리가 흔히 잘못 표현하는 것 중에 하나가, 경제적으로 넉넉한 이들을 ‘잘산다’고 하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을 ‘못산다’라고 하는 것이다. 부유한 사람들 중에도 제대로 잘살지 못하는 사람들도 참 많은데 말이다. 통상적으로 사용하여 너무도 익숙한 표현들 중에 의외로 우리가 정확히 사용하지 못하는 것이 꽤 많은 것 같다. 내가 지나치게 이런 표현들에 민감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한번쯤은 생각해볼 만한 문제가 아닌가 싶다.
<송현아 (산호세주립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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