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바이러스라도 환자들마다 각기 다른 질환을 일으킬 수도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소아및 청소년(드물게 젊은 성인)에는 수두(chicken pox)를 일으키지만 중년이상의 성인에서는 대상포진(herpes zoster)을 유발하는 수두 바이러스(Varicella Zoster Virus)이다.

20대 초반의 대학생인 김모씨는 최근에 유럽여행을 다녀온 뒤 미열과 콧물을 동반하는 감기증상을 느꼈다. 처음에는 단순 감기라고 생각하고 집에서 쉬고 해열, 진통제를 먹었지만 일시적인 증상의 호전이 왔을 뿐 감기증상은 지속되었다. 이틀후에는 온몸에 발진이 나타났는데 처음에는 작은 물집이 피부에 솟는 것으로 시작해서 온몸으로 퍼지기 시작했고 물집의 크기도 더 커졌다. 김씨는 병원을 찾았고 의사로 부터 수두에 감염되었다는 말을 들었다.

70대 초반의 은퇴한 사업가인 박모씨는 3일전부터 왼쪽 옆구리에 심한 통증을 느꼈다. 처음에는 담이 결린줄 알고 타이레놀을 먹어봤지만 진통이 더 심해졌다. 병원을 찾아갔지만 피부에는 아무런 상처가 보이지 않아서 기다려 보자는 의사의 말만 들었다. 하루가 더 지난후 아침에 샤워를 하다가 박씨는 왼쪽 옆구리에 붉은 반점이 난것을 발견하고 병원을 찾아갔다. 박씨는 의사로 부터 대상포진이라는 진단을 받고 항바이러스제와 진통제를 처방받았다.

수두는 전신의 피부, 점막 등에 작은 물집이 생기는 바이러스성 전염병이다. 직접 또는 물품을 매개로 하여 접촉감염이 되지만 콧물을 통해서 감염이 되는 경우도 있다. 모든 연령층에서 볼 수 있지만, 특히 2~10세 어린이에게 많으며 한번 걸리면 평생면역을 얻을 수 있다. 수두의 잠복기는 2주 정도이며 감기몸살 증상이 나타날때도 있지만 발열과 동시에 발진이 나타나기도 한다. 발진이 진행되면 수포가 되는데 수포가 터지기도 하고 시간이 지나면 딱지가 되면서 낫게된다.

대상포진은 대상포진 바이러스의 감염으로 일어나는 수포성 피부질환인데 대상포진 바이러스는 소아에게서 발생하는 수두 바이러스와 같아서 같은 가족 내의 소아에게서는 수두를, 성인에게서는 대상포진으로 나타날 수 있다. 미열이나 피로감과 같은 증상이 먼저 나타날 수도 있지만 아무런 전구증상이 없이 나타날 수도 있다. 대상포진은 피부에 일정한 신경지배 영역에 작은 물집이 띠 모양으로 모여서 생긴다. 또 다른 특징은 반드시 몸의 한쪽에만 생기는데 그 이유는 신경을 따라서 바이러스가 침투하기 때문이다.

신경통은 발진이 나타나기 전부터 생겨서 발진이 있는 동안 계속되는 것이 보통이지만, 때로는 그것이 다 나은 후에도 장기간 계속될 수도 있다. 전체 경과는 2∼3주일에 걸쳐 계속되고, 치료 후에도 흉터가 남을 수 있다. 특히 삼차신경의 지배영역인 얼굴, 머리부분과 늑간신경의 지배영역에 신경통이 심하며 눈이 침범당하면 심한 안통을 일으킨다. 때때로 온몸에 물집 모양의 발진이 함께 생겨 중증을 나타낼 때가 있다.

수두 및 대상포진 모두 예방주사를 맞으면 걸리지 않거나 감염되더라도 약하게 앓고 지나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소아에서는 수두를 앓더라도 대부분 합병증이 없이 회복되고 면역이 생기지만 성인이 수두를 앓을 경우에는 심한 폐렴 등의 합병증이 올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항 바이러스제를 복용해야 한다. 대상포진도 항 바이러스제를 복용하면 더 이상 진행이 되지 않는 것을 볼 수 있지만 발생후 48시간 이내에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수두는 앓고나서 완치가 되면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갈 수 있지만 대상포진은 심하게 앓고나서 포진후 신경통으로 수주일 내지 수개월 이상 고생을 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대상포진후 통증이 오랫동안 지속되는 이유는 바이러스 입자가 감각신경에서 피부로 이동할때 발생하는 염증 때문인데 일반적으로 염증이 가라앉더라도 신경통은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다.

이영직 내과 (213-383-9388)

<이영직 내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