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봉준호 감독 채프먼대 강연
▶ 창작자 예측하는 게 아니라 사회본질적 문제 꿰뚫어보고 통찰력가진 작품으로 답해야
“창작자는 사회의 본질을 꿰뚫어 볼 줄 아는 게 필요합니다. 미국 영화인들은 아시아계 증오범죄에 두려워 말고 맞서야 합니다.”
지난해 영화 ‘기생충’으로 아카데미상 4관왕에 오른 봉준호(53·사진·연합) 감독이 할리웃 영화 관계자들에게 아시아계 대상 증오와 인종차별 문제에 적극 나설 것을 촉구했다.
ABC방송과 할리웃리포터 등에 따르면 봉 감독은 지난주 남가주 오렌지카운티의 채프먼대 영화·미디어 예술 칼리지가 마련한 온라인 매스터클래스 수업에 객원 강사로 출연해 “할리웃이 대담하게 아시아계 증오범죄 문제를 다룸으로써 대응할 수 있고 변화를 이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시아계 미국인들에 대한 증오범죄,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M)’ 운동을 지켜보는 것은 매우 두려운 일”이라며 “지금 영화산업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생각하게 된다”고 밝혔다.
그는 “영화를 만드는 것은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고 영화가 현재 사회에서 일어나는 문제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아이러니하게도 영화의 그런 점 때문에 창작자들과 제작자들은 (증오범죄) 문제를 다루는 것을 더 용기 있게 할 수 있다”며 “영화인들은 이 문제에 맞서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봉 감독은 영화인들이 사회적 이슈에 맞서 역할을 한 사례로 흑인 감독 스파이크 리가 인종차별을 주제로 만든 영화 ‘똑바로 살아라(원제 Do The Right Thing·1989년)’를 꼽았다. 이 영화를 최근 블루레이로 다시 봤다고 소개한 그는 “그 영화는 1989년에 나왔는데 LA 폭동이 일어나기 불과 3년 전”이라며 “이것이 창작자와 예술가가 할 수 있는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아시아계 증오 범죄에 맞서는 것에 대해 봉 감독은 “사회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사회 표면 아래에서 끓어오르는 문제를 묘사하기 위해 여러분의 통찰력을 사용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나에게 ‘기생충’은 그런 접근 방식을 취하려고 노력한 영화였다”며 “현시대에 부자와 가난한 자가 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느냐는 질문에서 이 영화가 시작됐다”고 소개했다. 그는 또 “창작자와 아티스트로서 여러분은 우리 사회의 본질과 중심이 되는 질문을 꿰뚫어 봐야 하고 작품을 통해 그 질문에 답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와 함께 그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와 같은 영화 시장 환경 변화에 대한 의견도 내놓았다. 일부에서 극장을 다른 시대의 유물로 간주하는 것이 유행이라고 말하는 것에 대해 그는 “여전히 극장이 갖는 압도적 힘과 저력을 믿는다”며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지난해 아카데미 작품상·감독상·각본상·국제영화상을 수상한 봉 감독은 오는 25일 열리는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 시상자로 참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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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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