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긴장 탓에 체온 올라 응급실 못 들어간 가족도

(광주=연합뉴스) 9일 오후 광주 동구 학동의 한 철거 작업 중이던 건물이 붕괴, 도로 위로 건물 잔해가 쏟아져 시내버스 등이 매몰됐다. 사진은 사고 현장에서 119 구조대원들이 구조 작업을 펼치는 모습.
"여기 영안실이 어디 있소?"
철거 중이던 5층 건물이 붕괴한 9일(이하 한국시간 기준) 일부 사망자가 안치된 광주 남구 기독병원에 60대로 보이는 한 부부가 뛰다시피 한 바쁜 걸음으로 장례식장 위치를 물었다.
경황없이 급하게 나온 듯 복장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였다.
이 부부는 철거 중인 건물이 시내버스를 덮쳤고, 그 버스 안에 있던 사람들이 크게 다치거나 죽었다는 뉴스를 보고 있었던 참이었다.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지만, 가족이 그 안에 있었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고 했다.
그러던 중 울린 전화벨 소리에 부부는 순간 좋지 않은 소식이라는 걸 직감했다.
"전화벨 소리에 심장이 덜컹하더라고요."
불안한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부부의 가까운 친척이 사고를 당한 시내버스에 있다가 숨졌다는 소식이었다.
이 부부는 "이게 무슨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냐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한 채 서둘러 장례식장으로 들어갔다.
비슷한 시각 응급실 밖 구석진 곳에선 부상자의 남편 A씨가 병원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마음만 졸이고 있었다.
사고 소식을 듣고 극도로 긴장한 탓인지 체온이 37.5도가 넘어 출입을 거절당했다.
불행 중 다행으로 A씨의 아내는 심각한 부상은 아니었고 자신을 대신해 딸을 병원에 들여보냈지만, 아내 곁을 지켜주지 못하는 상황이 원망스러웠다.
A씨의 아내는 사고 직후 버스 안에서 119에 신고한 뒤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돌덩이가 버스를 덮쳤다. 갇혀서 빠져나갈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A씨의 아내는 버스 앞쪽에 타고 있다가 큰 화를 면했지만 바로 옆에 있는 사람은 뼈가 부러지거나 머리를 심하게 다치는 등 아찔한 순간이었다.
사고 현장 근처에서 살고 있던 A씨는 화들짝 놀라 현장으로 뛰쳐나갔다.
"가는 길에 다리가 후들거렸다"며 당시의 긴장과 걱정을 표현했다.
아내가 구조되는 모습을 지켜본 A씨는 피로 가득 젖어있는 마스크를 쓰고 있는 모습을 보고 크게 걱정했지만, 그나마 생명에 지장을 줄 정도의 부상은 아니라는 말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만 가장 처음 구조된 아내가 부상 정도가 심하지 않다는 이유로 병원에 후송되지 않고 있다가 부상자 중 가장 마지막으로 병원에 보내진 상황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A씨는 "아직도 긴장된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며 "이만하길 다행이지만 더 크게 다치신 분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후 4시 22분께 광주 동구 학동에서 철거 중이던 5층 건물이 통째로 무너져 시내버스를 덮치면서 17명이 매몰돼 9명이 숨지고 8명이 크게 다쳤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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