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한 ‘집콕’ 기간이 길어지며 음악과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워싱턴 한인들이 좋아하는 애창곡 또는 마음에 위안을 주는 노래와 이에 얽힌 추억, 사연들을 들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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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길을 끌 만한 특별한 외견 없이 그저 거리에서 늘 마주치는 동네 아저씨 같은 그. 바로 가수 최백호다.
방송에서 노래 부르는 모습조차 MSG가 전혀 들어가지 않은 무자극적인 된장찌개의 맛이라고나 할까? 그의 수많은 히트곡 중에서도 내가 좋아하는 곡은 ‘낭만에 대하여’다. 이 노래는 중년남성들이 많이 좋아하는 노래이기도 하다. 노랫말에 담긴 ‘부둣가, 뱃고동 소리, 다방, 마담, 도라지 위스키, 색소폰 소리’ 등 잔뜩 나열된 단어들은 마음에 팍팍 와닿아 추억을 자극한다. 이런 낯설지 않은 단어와 가사가 담긴 노래가 흘러나오면 내 나이 또래의 아저씨들은 노래와 함께 60-70년대의 추억으로 되돌아가지 않을 도리가 없다.
게다가 ‘첫사랑 그 소녀는…’이란 대목을 들을 때마다 흠칫 덮어버려 감추고 싶은 일기장을 들킨 양 얼굴이 달아오르는 건 왜일까? 암튼 이 노래가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면 어금니 안쪽 턱밑이 ‘싸’해져 중추신경까지 짜릿하게 전율되는 맛을 느끼니, 과연 이 노래를 만든 이는 심금을 울리는 전문가라고 인정할 수밖에 없다.
“첫사랑 그 소녀는 어디에서 나처럼 늙어 갈까” 그 소녀는 다름 아닌, 순진무구하고 청초한 모습을 세월과 함께 한풀한풀 벗겨내고 말없이 누워 피곤한 몸을 쉬고 있는 내 아내의 모습이 아니고 그 누구이겠는가.
‘낭만에 대하여, 다시 못 올 것에 대하여’는 결코 지나가 버린 일로 추억될 일이 아니다. 그 낭만이 다시 못 올 것이 아니라 지금에 맞는 일상 속에서 새롭게 쓰여진 노랫말에 담겨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나이를 먹으면 그 나이에 맞는 호흡으로 노래를 부르면 된다’고 말한 최백호 씨, 나와 같이 늙어가는 당신 멋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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