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골드만삭스 前회장-中고위급 회동 보도로 과거 월가 역할 주목
미중 간의 양보 없는 갈등 속에 최근 월스트리트(월가)의 양국 관계 완충재 역할이 언론 보도를 계기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미국-중국-캐나다 3국 사이의 내밀한 조율 끝에 지난 24일 이뤄진 멍완저우(孟晩舟) 화웨이 부회장 석방을 계기로 미중 간에 진전된 형태의 소통이 이뤄질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가 제기되는 가운데, 홍콩 매체발로 월가 출신 인사와 중국 고위인사 간의 비공식 회동이 소개된 것이다.
지난 27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골드만삭스 사장 출신으로 현재 광산업체 배릭골드의 이사회 의장인 존 손튼이 최근 6주 일정으로 중국을 찾아 베이징에서 최고지도부(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 일원인 한정(韓正) 부총리와 셰전화(解振華) 중국 기후변화사무 특사 등을 만났다고 전했다.
손튼은 앞서 바이든 대통령 취임 직후인 지난 1월 말에도 베이징을 방문, 왕치산(王岐山) 국가 부주석, 류허(劉鶴) 부총리, 양제츠(楊潔篪) 외교담당 정치국원 등과 회동했다고 SCMP는 전했다.
미국 재계의 대표적 중국통 중 한 명인 손튼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주중대사 유력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고, 트럼프 행정부 시절 '중국-미국 금융 원탁회의'에 참여한 바 있다.
사실 손튼의 방중에서 멍완저우 문제를 비롯한 중요 현안들이 논의됐는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그런데도 손튼 관련 보도에 관심이 가는 것은 그가 만난 중국 인사들의 면면으로 미뤄 중국도 모종의 역할을 기대했을 개연성이 있다는 점과 함께, 과거 미중관계의 중요한 국면에서 월가와 중국 공산당 간의 소통 채널이 모종의 역할을 한 전례들이 있기 때문이다.
월가와 중국 공산당 간의 채널은 1990년대 중국이 한창 개혁개방을 추진하던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경제를 일으키기 위해 외국 자본을 원하는 중국과, 중국이라는 거대 시장에 진입하길 원하는 월가의 이해가 일치하면서 중국 정부와 월가 고위층 간의 교류가 이뤄졌던 것이다.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의 측근으로 꼽히는 왕치산(王岐山) 국가부주석과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 출신인 헨리 폴슨 전 미 재무장관이 중국 공산당-월가 인맥의 대표적 인물로 꼽힌다.
폴슨은 조지 W. 부시 행정부 재무장관 시절인 2006년 9월 방중한 기회에 당시 저장(浙江)성 당서기였던 시진핑(習近平) 현 국가주석과 회동했고, 2016년 민간인 신분으로 현직 중국 최고지도자인 시 주석을 만나는 등 미중관계에서 존재감을 과시했다.
이런 가운데, 월가 인사들은 중국이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할 때 클린턴 행정부를 설득하는 데 기여했고, 트럼프 행정부 시절 미국이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일 당시 왕치산 부주석, 류허 부총리 등과의 채널을 가동하며 막후 중재자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월가 측은 양국 간 무역협상 과정에서 미중 무역갈등이 미국 경제에 미칠 부작용과 엮어 중국의 요구사항을 트럼프 행정부에 전달하는 역할을 했고, 중국은 은행과 자산운용사의 외국인 투자지분 제한을 풀어주는 조치로 월가에 화답한 것으로 세간에 알려져 있다.
철저한 자본의 논리를 좇는 월가의 속성으로 미뤄 월가 인사들은 결국 중국 시장에 걸린 이해에 따라 움직일 뿐이라는 지적이 많다. 그런데도 바이든 행정부 들어 아직 제대로 샅바도 잡지 못하고 있는 양국 관계의 현실 속에 또 한 번 월가의 물밑 중재자 또는 완충재 역할이 관심을 모으는 형국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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