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인 루시 고 판사 지명자 인준 청문회서
▶ 그래슬리 상원의원 발언,‘편견 논란’ 가열
공화당의 원로 연방상원의원이 한인 여성 최초로 연방항소법원 판사로 지명된 루시 고(53·한국명 고혜란)와 관련해 한국인에 대한 고정관념을 부추기는 듯한 발언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연방상원 법사위원회 공화당 간사이자 최고령 상원의원인 척 그래슬리는 지난 6일 루시 고 지명자 인준 청문회에서 문제의 발언을 내놨다. 그래슬리 의원은 고 판사의 연방항소법원 판사 지명을 축하하면서 “당신이 한국계 배경에 대해 말하는 것을 들으니 올해 45세인 내 며느리가 말했던 것을 많이 상기시켜준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역시 한국계 미국인인 자신의 며느리가 “내가 한국 사람들로부터 배운 것이 있다면 그것은 근면한 직업윤리다. 그리고 어떻게 무에서 많은 것을 만들어 낼 수 있는가 하는 점”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래슬리 의원은 이어 “그래서 나는 당신과 당신네 사람들에게 축하를 건넨다”고 밝혔다. 이에 고 지명자는 “감사드린다”고 답변했다.
문제는 그래슬리 의원의 발언이 한국인을 포함한 아시아인은 ‘근면 성실하다’는 고정관념을 부추긴다는 점이다. 그래슬리 의원 대변인은 “상원 의원의 발언 의도는 칭찬에 있지, 누구를 모욕하려는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연방의회 내 아시아·태평양 미국인 모임 의장인 민주당의 주디 추 하원의원은 설령 그래슬리 의원의 동기가 선의에 있다 하더라도 이는 편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한 그룹의 모든 구성원을 똑같이 취급하는 것은 어떤 사람의 행동에 대해 다른 사람이 책임을 져야 할 때 학대를 불러올 수 있다”면서 “다른 비방에서 볼 수 있는 폭력의 선동과는 다를 수 있지만, 여전히 해로운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민권 비영리 기구인 ‘아시안 어메리칸 어드밴싱 저스티스’의 존 C. 양 회장은 “척 그래슬리 상원의원의 의도는 이해하지만 친절한 것일지라도 고정관념은 해롭고 커뮤니티의 분열을 초래한다”라면서 “근면함은 한국계 미국인뿐만 아니라 다른 문화 및 인종의 많은 미국인이 공유하는 가치”라고 강조했다.
WP는 아시아계 미국인이 근면하다는 생각은 최근 몇 년간 인종차별과 관련한 논의에서 점점 더 엄밀한 검토 대상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른바 ‘모범 소수민족’(model minority)이란 개념은 흑인이나 라틴계, 원주민 미국인에 비해 아시아계 미국인이 더 직업적으로 성공하고 있으며, 이는 그들의 야망과 헌신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모범 소수민족’ 개념은 다른 인종 그룹 사이에 분열을 조장하고, 흑인이나 라틴계 미국인 등에 대한 차별을 정당화하는 데 사용된다고 WP는 설명했다.
앞서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8일 루시 고 캘리포니아 북부연방지법 판사를 제9연방항소법원 판사로 지명한다고 발표했다. 첫 한국계 여성 연방고법 판사 지명이었다.
지난 2010년 한인으로서 미국의 첫 연방지방법원 판사 기록을 세웠던 고 지명자가 청문회를 통과하면 한인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연방항소법원 판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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