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엔 무조건 아끼면 잘살게 되었지만 요즘엔 제대로 아껴야 바르고 건강하게 잘 살 수 있다.
우리는 잘 먹고 잘 살자고 열심히 일한다. 그러기에 먹는 것은 내게도 아주 중요하다. 그동안 나는 배불러 죽겠다면서도 지나치게 먹는 과식과 함부로 마구마구 넘기는 폭식으로 자연에 빚을 지는 일이 많았고 음식은 남아돌고 골라 먹고 버리기는 일상이었다.
그러다가 언젠가부터 음식과 술을 소재로하는 먹방이나 유트브를 보면서 불편하고 징그러움을 느끼게 되었다. 생명을 이어주는 소중하고 감사한 먹거리를 한계치를 벗어나 끝없이 먹는 걸 자랑하며 여러 방송으로 보여준다. 아무리 대식가여도 그렇게 많이 먹을 수는 없는데 서로 경쟁을 하며 먹는걸 보면 식욕은 달아나고 오히려 체하고 만다.
알고보면 출연진들도 매달 건강검진을 받고 몸에 이상이 생기면 소모품처럼 교체를 한다고 한다. 예전부터 많이 먹는 내기가 제일 무식하고 먹는 거로 장난치지 말라고 한다. 불교에서는 내가 남겨서 버린 음식은 죽어서 굶주림의 형벌을 받는 아귀귀신이 되어 다시 먹어야 한다고 하며, 스님들은 공양을 할 때 먹을만큼만 덜어먹고 마지막엔 밥그릇에 물을 부어 헹군물도 마신다. 성당에서도 신부님은 잔에 담은 성수나 포도주도 남김없이 드신뒤에 흰천으로 닦는다.
지금도 대부분의 집에서는 끼니때마다 반찬통들이 냉장고를 들락날락하고 배달음식이 남으면 나중에는 버릴망정 일단은 다른 통에 담는다.
뉴스에서 식당에서 반찬을 다시 쓴다고 욕을 하는데 그 많은 반찬을 다 먹을 수는 없으니 아주 조금씩만 주고 입에 맞는 건 더 달래서 먹으면 좋겠다. 아니면 이미 돈을 냈으니 내가 시킨 음식은 여기처럼 투고통을 줘서 각자 집에 가져가게 하면 좋을텐데 하는 생각이 손님이 떠난 자리에 남은 음식을 볼 때마다 든다.
미국에선 그런게 당연하고 일반화되서인지 우리 성당 구역모임에서는 집에 가기전에 남은 음식을 지퍼백에 각자 담으며 남이 해준 밥이 제일 맛있다며 행복해한다.
쌀 미(米) 한자를 풀어보면 여덟 팔(八)이 두번 있어 수확하기까지는 88번의 농부의 손길이 가야하며 농작물은 주인의 발자국소리를 듣고 자란다고 한다.
이곳에 와서 처음으로 작은 텃밭을 만들고 몇가지를 키워보니 무엇이든 백번이상의 손길과 정성이 필요한 걸 느꼈다. 잘 자라고 있는 토마토, 오이, 호박을 먹다 버리는 다람쥐, 토끼, 사슴, 너구리는 더 이상 귀엽지 않고 슬리퍼와 빗자루가 날아가고 새총으로 일망타진을 하고 싶은 원수가 되었다.
이제는 내가 키운 울퉁불퉁 찌그러진 채소는 벌레가 먹은 부분은 도려내고 먹으며 함부로 버리지 못한다. 예전에는 밖에서 볼일을 꼭 참고 자기집 뒷간에 갔다는게 이해되고, 똥을 버리면 곤장 30대를 맞는다니 자연으로 돌아가는 거름을 만들게 되었다.
커다란 통을 땅에 묻고 온갖 야채, 과일, 음식 찌꺼기, 매미껍질, 귀뚜라미, 동물들 똥에 톱밥을 부어서 여름내 까맣게 잘 삭은 퇴비를 쏟아놓으니 구수한 냄새가 나는 듯하고 꼬물거리는 지렁이와 구더기도 귀여워 보인다. 이제 마지막 잔디를 깎고 서리가 내리기 전에 말 농장에 산같이 쌓인 말똥을 한차 가득 실어와 부으면 가을걷이가 끝난다.
그런데 이 고생을 왜 하냐구? 잘먹고 잘살라고 하는데 낡은 장화, 알록달록 촌스런 일바지, 빨간 장갑, 이곳저곳 긁은 흉터가 있는 꼬질꼬질할 내 꼬라지를 보면 잘 사는 것 같지는 않다. 입맛이 없으면 밥맛이 있는 먹깨비의 고민은 계속되지만, 그래도 이제는 내가 만든 음식은 맛없어도 남김없이 먹어야되니 적게 만들고 아껴서 먹고 맛있게 적게 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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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희 / 전 한국학교 교사,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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