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자비한 조폭 ‘민석’ 역… “연민 느껴지는 빌런 역할”

영화 ‘강릉’ 주연 배우 장혁 [싸이더스HQ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누아르란 인물들의 표면적인 행동 이면의 인간적인 심리가 밀도감 있게 드러나는 영화라 생각해요. '강릉'은 외로움과 쓸쓸함에 대한 이야기 아닐까요."
오는 10일(한국시간 기준) 개봉하는 영화 '강릉' 주연 배우 장혁은 2일 인터뷰에서 영화를 이렇게 소개했다. '강릉'은 강릉 최대 리조트 지분을 놓고 토박이 폭력 조직의 길석(유오성)과 서울에서 온 채권추심업체 사장 민석(장혁)이 부딪치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민석은 말보다는 칼이 빠르고, 전진만 알고 후진은 모르는 남자다. 자신이 갈 길에 방해가 되는 사람은 일단 죽이고 본다. 그러나 장혁은 이런 악독한 캐릭터에 "연민이 느껴졌다"고 했다.
그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영화 도입부를 유심히 봐야 한다. 2007년 군산 앞바다에 표류하던 배 지하에서 민석이 발견되는 장면이다. 핏기 하나 없는 그의 손에는 칼이 쥐어져 있고 옆에는 시체 한 구가 있다.
장혁은 "과거 이야기가 영화에 잘 나오지는 않지만, 민석이 탄 배가 난파하면서 어떤 이유로 친구를 죽일 수밖에 없었고 이후 죄책감에 시달렸던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민석이 야심이나 야망 때문에 그런 행동을 하는 게 아니에요. 트라우마가 깊이 남아서 아직도 배 안에 갇혀 있는 사람이죠. 이렇게 앞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살 수 없는 사람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반면 유오성이 연기한 길석은 조폭치고는 다소 순박하고 낭만을 추구하는 사람이다. 강릉의 평화를 중시하고 '식구'끼리 연대와 의리를 지킨다. 심지어 칼 한번 잡아본 적도 없다. 하지만 민석의 습격이 기폭제가 돼 점점 민석을 닮아가고, 끝내 파국을 향해 내달린다.
장혁은 "길석은 조직 내에 뿌리를 내리고 박혀있는 인물"이라며 "민석은 그 뿌리를 찌르면서 주변을 도는 위성 같은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그런 상황을 관찰하면서 연기하는 게 흥미로웠습니다. 오성 형님과는 몇 년 전에 드라마 '장사의 신 - 객주 2015'에서 호흡을 맞춰 봐서 신뢰가 굉장히 깊었죠. 다른 배우분들도 각자 색깔이 다 달라서 잘 맞지 않았나 싶어요."
액션 연기에서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해온 장혁은 이번 영화에서는 조폭들이 쓰는 이른바 '회칼'을 들고 피 튀기는 몸싸움을 벌인다. 영화 후반부에서는 혼자서 열댓 명을 칼 하나로 제압하기도 한다.
그는 "장검이든 짧은 칼이든 기본적인 기술은 비슷하기 때문에 불편한 점은 없었다"면서 "다만 칼을 쥔 캐릭터 간에 어떤 마찰을 통해서 색깔을 보여줄 수 있는지를 고민했다"고 말했다.
장혁은 그동안 '순수의 시대', '의뢰인' 등을 통해 악역을 꾸준히 소화했다. 그러나 소시오패스적인 면모가 다분한 민석은 전작에서 맡았던 캐릭터와 비교해도 '최상급 빌런'이다. 캐스팅 제의에 망설일 법도 했지만, 장혁은 "그런 캐릭터가 오히려 매력적"이라고 했다.
"배우는 다양한 색채감을 갖고 있어야죠. 굳이 매번 악역을 하진 않겠지만 여러 역할뿐만 아니라 액션, 멜로 등 여러 장르를 다 해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가끔 지금까지 연기한 캐릭터 중 가장 생각나는 캐릭터가 뭐냐는 질문을 받기도 하는데, 전 모두 다 기억에 남더라고요."
배우 말고는 뭘 하고 살았을지 상상조차 해본 적 없다는 그는 한편으로는 배우로 사는 것이 아직도 무섭다고 했다. 자신만의 장르를 개척하고 다음 작품에 캐스팅되는 일련의 과정을 겪는 것이 매우 두렵다고 그는 말했다.
하지만 그는 24년간 장르와 영화·드라마를 가리지 않고 꾸준히 작품 활동을 했다. 장혁은 그 원동력이 '연대감'이라고 강조했다.
"대본 리딩할 때 운동선수나 장수가 출전하기 전에 초조하게 기다리는 그런 느낌이 들어요. 동료들과 현장에서 맞춰나가는 호흡과 연대, 생생함이 절 현장으로 나가게 합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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